요즘 저희 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JTBC에서 방영하는 <이혼숙려캠프>인데요. 아내가 추천을 하며 함께 보자고 말했지만 처음에는 딱히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예고편만 봤음에도 상당히 자극적으로 느껴졌으니까요.
어느 날 딱 10분만 보자고 합의를 한 뒤 틀게 되었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부부들이 가져온 사연들은 제가 가진 상상력을 뛰어넘어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 폭행과 욕설을 일삼으며 집에서 남편에게 화장실도 못쓰게 하는 부인
- 시어머니를 15년 수발했는데 끝까지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버리지 않는 남편
- 아내를 아이처럼 취급하며 수시로 감시하고 모든 일을 통제하는 남편
- SNS 중독에 빠진 데다 아이 앞에서 욕하는 엄마
보는 내내 내용에 대한 놀라움도 컸지만 다른 걱정이 더 생겼습니다. 과연 이분들은 방송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공개된 이후 생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 말이죠. 그분들의 자녀들이 받을지 모를 상처에 대한 걱정도 컸습니다.
이렇게 자극적이며 불편한 내용들이 있음에도 프로그램에서 주려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이혼은 결코 쉽게 생각하고 결정할 일은 아니라는 점이었죠. 처음엔 아내와 보다가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 보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혹시라도 방송에서 나오는 부부들의 나쁜 모습들 중에서 저나 아내의 모습과 비슷한 행동들이 나오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특히 3기에 출연했던 한 부부, 고산-황보라 커플이 저를 뜨끔하게 만들었죠.
이 부부는 남편이 스파르타 식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데 그런 생활 패턴을 아내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내가 심각한 우울증이 있음에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게다가 홈캠으로 감시를 하고 몸무게까지 체크를 한다는 부분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저도 정리가 잘 된 계획적인 삶에 대해 강박이 있다 보니 아내와 이런 문제로 트러블이 제법 있었기에 이 에피소드에 언급된 일부분에 대해서는 잘못한 점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느꼈을 때 이 프로그램 속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볼만한 부분은 심리극 치료 코너입니다.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사랑꾼 진태현 씨와 잉꼬부부인 박하선 씨가 보여주는 사연 재연은 '얘들아, 연기자란 바로 이런 거야'라고 알려 줄 만큼 이해도가 높고 훌륭했습니다.
거기다가 진태현 씨는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뜻을 이루지 못한 사연이 있다 보니 아이가 아빠 엄마 사이에서 생긴 문제로 인해 고통받는 사연으로 오는 부부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조언을 해줍니다. 박하선 씨 또한 자신의 상처였을 텐데 이혼가정임을 덤덤하게 고백하며 출연자들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죠. 저도 보면서 눈물이 나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거기에 심리극 전문가인 김영한 선생님은 신 스틸러라고 할 정도 놀라울 만큼 이야기를 잘 이끌어나갑니다. 구경하는 사람마저도 숨을 죽이면서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말이죠.
제가 처음 이 프로그램을 처음 접했던 시기에 출연했던 세 쌍의 부부는 3기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도 4기가 시작해서 다양한 갈등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정말 자극적이기는 합니다. 굳이 맛으로 표현하면 불닭볶음면에 핵불닭소스를 부은 맛입니다. 내용들이 자극적이고 막장인 경우도 많아서 부담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이런 곳을 찾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부부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하는 부모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겠나 싶기도 합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이 지옥과도 같은 상황이 좀 달라질까 하는 마음이 있어서겠죠. 이런 계기를 통해 자기 객관화도 할 수 있을 테고 충분히 극복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 외에도 심리 상담,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등과 관련된 이혼을 진행하면서 겪는 과정들을 실제로 경험해 봅니다. 실제 판사 출신 조정장과 가사 전문 변호사들까지 입회해서 체험해 보니 화면으로 보는데도 몰입도가 정말 높습니다.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시청자들도 스스로도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논란이 매주 생기고 있기는 하지만 조작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프로그램에 출연한 부부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서로 이해해 주면서 살 수 있다면 남들이 뭐라고 떠들든 간에 그게 이 프로그램을 만든 취지에는 완벽하게 부합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혼숙려캠프를 보면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제도도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결혼을 하고서도 맞지 않아서 이혼하는 부부들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를 더 만들면 그 또한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이혼하는 가정이 1년에 10만 쌍이나 되고 있으니까요.
이런 노력을 통해 이혼율이 감소한다면 아이를 더 낳을 가능성도 생길뿐더러 아직 결혼하지 않은 많은 예비부부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충분히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줄 요약 : 맞지 않는 사람과는 당연히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내 잘못은 없는지 확신이 들었을 때 이혼을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