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아이들과 호주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들짝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발리 우붓을 방문했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였죠.
바로 우붓의 뜨갈랄랑 이야기입니다.
우붓 지역은 이미 언급해 드렸듯 휴양지로 알려진 발리섬에서 유일하게 내륙에 존재하는 관광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붓 왕궁, 오래된 사원과 몽키 포레스트, 짬뿌한 릿지 워크 등 여러 멋진 곳들이 있었지만 제가 이곳에 와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자연과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문화유산인 뜨갈랄랑 계단식 논이었죠.
우붓의 계단식 논 뜨갈랑랑(Tegalalang Rice Terraces)은 자연경관과 전통 농업 방식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는 중요한 지역입니다.
아침 일찍 택시를 불러 30분을 달려갑니다. 차에서 내린 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따로 입장권을 파는 곳이 따로 있습니다.
짚라인이나 공중그네, 하늘자전거를 타면 값이 제법 되길래 입장권(4,500원 정도)만 사서 들어가기로 합니다. 사실 딱히 타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이들도 원하지 않고요. 이곳을 방문한 목적은 체험이 아니라 뜨갈랄랑을 눈에 담기 위해서니까요.
대신 남이 그네, 일명 발리 스윙을 타는 모습을 구경은 해봅니다. 타는 사람보다 미는 사람이 신나 보이는 건 제 착각일까요? ^^
사진으로만 보던 곳이 눈앞에 펼쳐지니 기분이 묘합니다. 약 2,000년 전에 원시시대 농부들이 농기구를 이용해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계단식 논이 우붓 지역 아무 데다 가도 있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여행 마지막 날에 이렇게 눈으로 직접 구경을 했으니 감개무량합니다. 물론 아이들도 신기해하는 모습이었죠.
지형이 협곡처럼 되어있는데 먼저 꾸불꾸불하게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아래쪽으로 끝까지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논두렁을 가로질러야 하죠. 길만 보면 미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사진이 잘 나오기는 하더군요.
이제는 농사를 짓기보다는 관광지로서의 가치가 더 높아진 듯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벼는 계속 심고 재배를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이 지역도 구획이 있고 따로 주인이 있는지 따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물건을 팔거나 체험활동을 유도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토끼와 닭을 키우는 집도 있습니다. 사람의 손을 타서 그런지 얘는 딱히 경계도 하지 않더군요.
올라가는 길에 즐겁게 걷던 행복이의 한쪽 신발이 두렁에 발이 빠져서 진흙 범벅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잠시 동안 트래킹을 하는데 위기가 있었습니다. 너무 신이 나서 걷느라 아래를 미처 못 봤던 모양이에요. 다행히 근처에서 맑은 물이 나오길래 거기서 신발을 씻은 뒤에 다시 여정을 계속 이어갑니다.
반대편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와보니 공중에서 와이어를 연결해 놓고 걸어놓은 자전거도 눈에 띕니다. 바로 하늘자전거인데요. 사진은 참 잘 나오겠다 싶으면서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그런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그리 들지 않더군요.
이렇게 험한 골짜기까지 어떻게 사람이 들어오게 되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출발한 곳을 바라보니 인도네시아 전통가옥들이 늘어선 모습도 눈길을 끕니다. 밀림 속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우붓의 특징을 잘 살린 듯한 모습입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이라면 모든 건물이 대부분 카페나 장사를 하는 곳이라는 점이겠죠.
한 바퀴 돌아보니 생각보다 뜨갈랄랑의 면적이 넓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습니다. 걷는 시간도 재어보니 1시간 반 정도 소요된 듯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모습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는 더 되는 면적이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더군요. 이 근처의 지형이 대부분 산지로 되어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출발점에서 시작해 내리막길 + 오르막길 + 능선 + 내리막길 + 오르막길 이런 식으로 경로가 구성되어 있다 보니 마지막에는 제법 덥고 힘도 듭니다.
이곳은 일출과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던데 저희가 온 시간이 딱 낮 시간이어서 그 점은 몹시 아쉽습니다. 이런 지형에서 농사를 지으면 계단식이라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각 구역에 물은 잘 공급되는 점만큼은 큰 장점입니다. 다만 기계를 거의 쓸 수 없는 농업방식이다 보니 노동생산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아마 이곳이 논이 아니었을 때는 나무만 무성하던 곳이었겠죠. 누군가가 살아남기 위해서 산을 깎은 뒤 논처럼 만들어서 벼농사를 지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누군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인해 만들어진 이 계단식 논이 후손들에게는 소중한 유산이자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자연유산이라는 점에서 우붓의 뜨갈랄랑은 오랜 시간 동안 꽤 가치 있는 곳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붓 이야기는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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