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때쯤 저희 집에 오셨던 장모님을 강변역에 있는 동서울터미널로 모셔다드리면서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장모님께서 예매해 둔 티켓을 확인하기 위해 티머니라는 앱을 접속하려고 했는데 되지 않았죠. 제 휴대폰으로 해도 되지 않길래 곧바로 알아차렸습니다.
"아, 서버가 맛이 갔구나"라고 말이죠.
그래서 예정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장모님을 모시고 터미널로 갔습니다. 현장에 도착하고 보니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죠. 터미널에서 현장 예매를 하려고 했는데 전산 장애로 사지 못한 사람들이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장모님과 잠시 상황을 파악하려고 줄을 서 있다가 금세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버스 출발시간은 오후 2시 반이었는데 그때가 2시 10분이었거든요. 줄은 줄어들지 않고 있었고 여기서 마냥 기다리다가는 버스를 놓치겠다 싶어서 승차장으로 나갔습니다. 승차장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불안한 표정들을 하고 있더군요. 방송으로도 티머니의 서버 문제로 시스템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버스마다 터미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나와 일일이 수기로 전화번호와 좌석번호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더니 태워주더군요. 장모님께서도 좌석번호를 기억하고 계셨기에 빠르게 탑승하실 수 있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예매를 하지 않고 타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시스템이 먹통이었으니 돈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었을 테니까요.
티머니 측이 밝힌 내용을 보면 “오후 1시 6분경 티머니 부평센터 시스템 장애로 티머니 일부 서비스(택시 승인·고속시외버스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했다”라며 “오후 2시 41분 조치 완료해 서비스가 정상화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공식적으로 LG CNS가 자신들의 장비 문제였다고 밝혀서 원인은 완벽하게 확인되었습니다.
그런 반면에 평소 예매를 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던 키오스크는 정말 한산한 모습이었죠. 혹시나 해서 한두 분씩 작동이 되는지 확인하러 오시지만 기계는 묵묵부답입니다. 서버라는 무소불위의 존재가 우리의 모든 삶을 쥐고 흔드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이미 재작년에 카카오 서버 화재로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고 미국에서도 MS 측에서 생긴 문제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서버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언제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리적(화재)으로든 시스템적(보안 프로그램 충돌)으로도 말이죠. 지금보다 훨씬 더 촘촘한 안전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버를 운영하는 기업의 역량에만 우리의 일상을 맡기는 일이 과연 올바른 방식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사고가 나서도 안 되지만 미래에는 이 권력을 악용할 수 있는 여지도 매우 높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지금은 불편함이지만 더 고도화된 사회에서의 발생하는 서버 문제는 우리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한 줄 요약 : 자동화, 온라인, AL, 무인화와 같은 서버를 중심으로 한 미래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