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족들과 충주 여행을 다녀왔을 때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식당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바로 '류근모와 열 명의 농부'였죠. 사람 이름이 들어간 식당은 보통 어지간히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는 어렵습니다. 어떤 특별한 점이 있길래 이렇게 이름을 지었는지 봤더니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채식뷔페였습니다.
숙소에서 차를 30분 넘게 달려 도착한 음식점은 상당히 외진 곳에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죠.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들어갑니다. 저도 야채나 채소를 먹기는 하지만 주로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아이들 역시 채식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니까요. 막상 식당에 도착해 보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렇게 외진 곳에 식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았으니까요.
입구에 붙어있는 친환경농산물 우수식당이라는 명패만 봐도 이곳이 상당히 많은 노력으로 관리되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미리 결재를 하고 식사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값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1인당 18,000원이었죠.
지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적잖은 금액이었는데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까지 오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결재를 한 뒤 자리를 잡고 음식을 뜨기 시작합니다. 음식들은 정말 채소와 야채 이외에는 없습니다. 갑자기 어질어질한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반찬투정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고기가 있으면 밥을 잘 먹는 편이었으니까요.
저희도 음식을 떠놓은 뒤 식사를 하려는 찰나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나타납니다. 사장님이라기보다는 천생 농부 같습니다. 밀짚모자를 쓰고 계셨으니까요. 그분께서 저희 테이블을 비롯해 단체 테이블 사이에서 갑자기 말씀을 하시기 시작하더군요. 원래 손님이 오시면 이 식당에 대해서 설명을 해드린다고 말이죠.
이 야채와 채소들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십니다. <타짜>, <식객>으로 유명한 데다 백반기행까지 진행하시는허영만 만화가께서도 이곳에서 식사를 하시고는 "신들이 먹는 식사"라고 극찬을 하셨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의심병이 많은 저는 검색을 해봤는데 백반기행에 이 식당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짓말하실 이유는 없으니왠지 모르게 이 식당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더군요.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을 제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정말 좋은 품종이며 한 가마니에 80만 원이라고 하셨던 듯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일반쌀 한 가마니의 현재 시세가 20만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알고 있는데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밥맛은 지금까지 먹어본 밥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진짜 좋았습니다. 잡내는 전혀 없고 구수한 향에 알알이 찰기가 있으며 윤기도 좋더군요. 왜 사람들이 좋은 쌀, 좋은 쌀 그러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아이들도 밥맛이 좋다고 하더군요.
40분 정도 식사를 했는데 아이들 기준에서는 엄청나게 맛있게 먹지는 않았지만 된장찌개, 국수, 호박죽 등 다른 메뉴들도 있어서 제법 잘 먹었습니다. 그나마 고기에 가까운 메뉴로 콩 불고기가 있었는데 아직은 고기를 대체할 만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눈 감고 먹는다면 구분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푸짐하게 다 먹고 나니 이 채식뷔페는 확실히 어른들에게는 최고의 식단이겠다 싶었습니다. 야채가 원체 많으니 장에 부담이 될 리 없고 많이 먹어도 배탈 날 일은 전혀 없을 테니까요. 저희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대기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인기가 많은 곳인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오니 눈에 익숙한 스티커도 보이더군요. 한국판미슐랭 가이드로 알려진 블루리본이었죠. 수도권에 대부분 집중된 블루리본 식당을 충주까지 와서 보니 이곳의 위상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야채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강력 추천이고요. 육류에 대한 애착이 강한 분이라면 한 번 정도는 도전을 해보시라고 추천은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콩불고기가 조금만 더 개선된다면 확실히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으니까요. 이상으로 난생처음 경험한 채식뷔페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