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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Feb 21. 2022

라면과의 전쟁

라면 못 먹어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는가..

출처 : 달콤달달 님 브런치

 "하루에 열두 번도 먹을 수 있는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 이 노래를 육성으로 부르실 수 있다면 작가님은 이미 라떼세대이자 기성세대입니다.

 혹라면을 싫어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건강이나 다이어트의 문제를 제외하면 라면이라는 음식을 싫어하시는 분은 많지는 않으실 겁니다.

핵폭탄과 유도탄들!!

 국민간식으로 알려진 라면은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가 되어서야 처음 라면이라는 것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의 경우에 비하면 상당히 늦은 편이었죠. 그렇게 귀한 음식도 아니었고 구하기 힘들지도 않은 음식을 생각보다 늦게 먹었던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어머니께서 라면을 불량식품으로 규정하셨기 때문이죠. 어머니께서는 맞벌이를 하시며 힘드신 와중에도 아침은 챙겨서 먹여서 학교를 보내셨습니다. 밥을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크셨던 거죠.

 끼니를 라면으로 때운다는 것은 아버지나 어머니께는 굉장히 큰 일탈에 속하셨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저와 제 동생도 덩달아 라면 구경을 쉬이 할 수 없게 되었죠.

 지금 생각하면 제가 굉장히 나쁜 부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희 아이들은 초등학교도 가기 전에 처음 라면 맛을 보았거든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육개장 사발면이라는 것을 먹게 되었습니다. 학교 앞에 있던 문방구에서 몰래 사 왔던 것이죠. 그때의 어렴풋한 기억은 냄비에 물을 끓인 뒤 용기에 붓고 기다리던 그 순간이 그렇게 떨릴 수가 없었다는 것 정도입니다. 면발이 입안에서 춤을 추고 마치 마법처럼 젓가락이 움직인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싶었습니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5학년 즈음의 제 인생라면의 첫 번째 라면은 그렇게 기억되어 있습니다.

내 첫사랑 중 하나

 두 번째 인생라면은 군대에서 먹었던 일명 '뽀글이'였습니다. 뽀글이라고 하는 단어의 어원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방식은 간단합니다.

1. 봉지라면의 입구를 조심스레 뜯습니다.   

2. 분말스프와 건더기 스프를 꺼낸 뒤

3. 라면을 이등분 혹은 사등분합니다.

4. 스프를 넣고 라면 봉지 안에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5. 나무젓가락으로 봉지의 뜯어진 부분을 밀봉합니다.

6. 원래의 조리시간보다 1~2분 정도 뒤에 맛있게 먹습니다.  

출처 : https://m.inven.co.kr/board/webzine/2097/496815

 

 군인에게 라면이란 정말 소중한 음식 중 하나입니다. 제가 군대 있을 때는 생각보다 자주 보급해주지도 않고 PX라는 군대 매점에서도 팔지 않았거든요. 군대에서도 라면을 좋지 않은 음식으로 규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제 최고의 뽀글이는 군대에 간지 1년이 못되었을 때였습니다. 야간에 보초를 서고 온 밤늦은 시간 선임이 라면을 꺼내서 제게 하나 쥐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일단 팔지도 않는 물건을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할 법도 한데 일단은 냉큼 받아 들었습니다. 이렇게 또 한 번 물질의 노예가 된 것이죠.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 두 번의 기억만큼 맛있었던 라면은 없었던 듯합니다. 이 두 개의 추억에는 라면이라는 것 말고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뭐든지 간에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경험이라는 것이죠.


 못하게 하면 하고 싶고 못 먹게 하면 먹고 싶은 것이 결국 인간이라는 동물입니다. 어른이 되어 제 마음대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지금은 저의 라면 생활은 어떨까요?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주방 붙박이장을 떡하니 점거하고 있는 불청객들

 누가 보면 라면 장사라도 하는 줄 알겠지만 가정집의 모습입니다. 많이 먹어야 일주일에 한 번인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쌓이게 되었네요.

 이제 건강을 챙겨야 하기에 적당히 먹어야겠지만 쌓여있는 라면을 보니 든든합니다.


 만 한 가지 걱정이라면 제 글을 보시며 틈틈이 오탈자를 지적해주시는 어머니께서 이 사진을 보시면 아마 놀라 뒤집어지시며 곧바로 제게 전화를 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저는 점점 빠듯해지는 소재와 시간을 극복해내고 글 한 땀을 남기기 위해 저 비밀을 공개하고 말았네요.


라면의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은 것인가

#라면 #사발면 #뽀글이 #밥심 #군대 #비빔면 #너구리 #진라면 #튀김우동 #짜파게티 #둘리 #마이콜 #희생정신 #엄마미안해요 #몰래먹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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