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달리 사기 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며칠 전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사였던 미즈하라 잇페이가 미국 법원에서 징역 4년 9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의 계좌에서 1천700만 달러(한화 약 247억 원)를 빼돌려 자신의 도박 빚을 갚고 은행 사기 혐의와 허위 납세신고를 한 혐의 때문이었는데요.
작년 3월쯤 이 횡령에 대한 뉴스가 터지기 시작한 지 거의 1년 만에 나온 결과입니다. 법원에서는 미즈하라에게 징역형과 함께 1천800만 달러, 약 262억 원의 배상금 지급 명령도 내렸습니다. 오타니에게는 이 중 1천700만 달러를 갚아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아주 놀라운 부분이 하나 숨어있는데 혹시 발견하셨나요?
제 눈길을 가장 많이 끌었던 부분은 배상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미국 사법 시스템이 피해자를 구제해 주기 위한 판결을 내린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사기나 횡령이 발생했을 때 미국과 비교하면 처벌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위에 언급된 배상금과 같은 추징금은 피해 금액의 절반도 못 받아내거나 그마저도 재판부에서 기각이 되기 일쑤입니다.
이 차이는 바로 법체계가 다른 점도 있어서인데요.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한국의 가중주의와 미국의 병과주의는 같은 죄를 짓더라도 처벌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생깁니다.
당연히 사기죄에 대한 처벌도 놀랍도록 온정이 넘칩니다.
작년 11월에는 검찰이 2,000억 원대 다단계 투자 사기를 벌인 40대 남성으로부터 추징금 130억여 원을 전액 환수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습니다. 은닉한 범죄수익으로 산 수십억 원대 아파트 등 그의 가족들의 호화롭던 생활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내용이었죠.
핵심은 대법원에서 징역 10년과 추징금 약 130억 원이 확정되었는데 그 돈을 환수했다는 내용입니다. 사기당한 금액은 2,000억 원이나 되는데 추징을 130억 원밖에 하지 않았고 고작 이 정도 내용이 뉴스를 탈 정도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요즘 들어 사기는 정말 다양한 종류로 판을 칩니다.
암호화폐, 일명 코인
기획부동산
주식 리딩방
쇼핑몰 사기
보이스피싱
총 다섯 가지 분야로 나뉘어 하루에도 사람을 속이기 위해 수십 개씩 피싱 메시지를 날려대죠.
이들은 지금도 사법체계와 공권력의 감시망을 피할 궁리만 하면서 암암리에 독버섯처럼 활동 중입니다. 범죄자들의 머리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으니 예방하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막상 힘들게 잡은 뒤에는 사법부에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에 가까운 솜방망이 처벌로 판결을 내립니다. 1억 원이나 사기를 당해도 오타니처럼 1억을 돌려받는 판결 따위는 절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천 명이 넘는 사기 피해자가 발생하고 전체 피해액이 수조 원에 달해도 가장 큰 피해를 본 한 사람의 피해 금액을 기준으로 형량이 결정된다”라며 현재 사법체계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해마다 늘고 있는 사기 범죄가 2024년만 해도 43만 건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만 봐도 그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정치권에서 각자의 정치적 신념을 위해 하는 말과 행동까지는 그들의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법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루는 논의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양형위원회에서는 작년에 이미 전세사기 등 조직적 사기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양형기준을 확정한다고 발표했고 지난달 1월 13일 사기 범죄 양형 기준 상향안을 의결했습니다. 300억 원 이상 사기의 경우 일반사기는 징역 최장 13년에서 최장 17년으로 상향하고 조직 사기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분은 아주 미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사인 미즈하라 잇페이가 받은 처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법이 약자와 피해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성립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으니 말이죠.
순진하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법을 기만하며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판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아직도 몹시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 줄 요약 : 사기꾼에게 유리해 보이는 법을 과연 올바른 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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