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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보며 느끼는 동병상련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많은 부분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의 수장일뿐더러 그 스타일은 이미 8년 전에 검증이 되었음에도 아직 적응하기 힘든 걸 보면 참 피곤한 사람입니다.


그의 기행은 여러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지만 가장 큰 변화는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을 끝내려는 움직임입니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인류 최악의 범죄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행보는 참 반갑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어서 안타까움도 함께 느끼고 있죠. 일단 미국이 종전과 관련된 협상을 러시아와만 벌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입니다. 이 전쟁에서 큰 역할을 했던 유럽 여러 나라들은 물론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마저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에서 파견된 관리들로만 구성된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바 있죠.




그동안 미국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꼴은 절대 못 보던 트럼프에게 3년이나 이어졌던 이 전쟁은 돈 먹는 하마처럼 보였을 테죠. 대의나 인류애 같은 단어는 그에게 사치와 다름없습니다.


유럽을 방문했던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미 대통령의 뜻을 전한 바 있죠.

ㅇ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

ㅇ 전쟁 중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 반환 불가

이미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협상 조건을 설파했습니다.




거기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게 그동안 전쟁을 지원해 준 대가를 받으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협상을 통해 석유와 희토류를 뜯어내겠다고도 말했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단 그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전체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냉랭해지고 있습니다. 두 정상들이 이와 관련해 서로를 비난하는 말을 쏟아내고 있어서 기자들만 신난 상황이 되었죠.


아무리 젤렌스키가 강경하게 주장해 봐야 우크라이나는 결국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스스로 전쟁을 이어나갈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입니다. 미국이 전쟁에서 완전히 발을 빼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무게 추는 즉시 기울어져 버릴 테니까요.


그리고 트럼프라는 인간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우크라이나의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가 겪은 아픈 역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동병상련을 느끼게 합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난 이후, 1951년부터 휴전회담이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사실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해 국민들은 휴전회담을 격렬하게 반대해왔습니다. 특히 북진통일 국민 총궐기대회를 통해 북진 통일을 이루고 정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이 전쟁에 대해 단 한 가지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습니다. 1950년 7월 이승만이 맥아더에게 전작권을 이양했기에 독자적으로 군사 행동을 할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쟁이 고착화되자 1953년 정전 협정이 우리나라가 배제된 채 체결되었죠.


미국과 소련이 협상장에서 지도에 자를 대가며 만들어진 38선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민족 자결주의를 외쳤던 시기에 어렵게 특사를 보내서 일제의 만행을 알리려던 헤이그에서도 약소국이었던 대한제국은 철저하게 배제 당했죠. 그런 점에서 어쩌면 이 순간만큼은 1900년대의 대한제국과 1950년대의 대한민국보다 우크라이나가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자기 목소리는 낼 수 있으니까요.




나라의 힘이 약할 때 어떤 참담한 일들을 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이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하지만 벌써 75년이나 지난 세월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렸죠. 이 시대에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일어나는 처참한 일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주고 있는 셈입니다.


굳게 믿었던 미국의 변심과 비싼 청구서 발행은 이 세상에 영원한 친구가 없다는 진리도 새삼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힘이 없으면 결국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말이죠.


한 줄 요약 : 힘은 반드시 필요하다.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소중한 존재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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