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스포츠계에는 역사에 남을지도 모를 정도의 3대 대첩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14일, 대한체육회 대첩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이기흥 전 회장을 근소한 차이로 이겼습니다. 언더독의 반란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죠.
그리고 아흐레 뒤인 1월 23일에는 대한배드민턴협회 대첩에서 금메달리스트인 김동문 원광대 교수가 김택규 전 회장을 누르고 조직의 새로운 수장에 당선되었죠. 네 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상황에서 이룬 쾌거였습니다.
이 기사들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정의는 승리한다며 열광했습니다. 다가올 대한축구협회 선거에서도 이러한 적폐 청산의 분위기가 이어지기를 희망했죠.
그리고 어제 그 운명의 날이 왔습니다. 임진왜란의 노량해전처럼 비장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한축구협회 대첩을 통해 누구는 달콤한 영광을 맛볼 것이며 누구는 참담한 성적표를 들고 야인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죠.
2월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총 투표수(선거인단 192명, 투표 183명, 무효 1표) 183표 중에서 156표(85.2%)를 얻은 정몽규 후보가 결국 4선에 성공했습니다. 어 득표율 85.2%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의 염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반년 가까이 이어진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15표), 신문선 명지대 교수(11표)의 '타도 정몽규, 개혁 축구협회'에 대한 외침은 찻잔 속에 태풍에 그쳤죠. 여론조사 결과와는 180도 다르지만 그야말로 논란의 여지조차 없는 참패입니다.
정몽규 회장의 수완이 좋은 건지 아니면 두 사람의 영향력이 너무 빈약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몇몇 언론에서는 축구계에서 대형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에 안정적으로 이를 마무리할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겠냐고 분석했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부분처럼 보였죠.
축협의 선거인단 192명은 시·도협회 및 전국연맹 회장, 프로축구 K리그 1(1부) 구단 대표이사와 같은 당연직 대의원과 해당 단체 임원 한 명씩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무작위로 추첨된 선수, 지도자, 심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어있죠.
결국 선거는 투표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디로 가느냐로 정해지는데 국민들의 강렬한 염원보다 선거인단 자신들과 관련된 더 큰 이익을 보고 선택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는 각자 다를 테지만요.
그동안 이 선거는 진흙탕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정몽규 후보의 50억 기부 발언을 비롯해 문체부까지 참전해서 회장단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고 경선까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난리가 나면서 원래 계획했던 일정보다 많이 미뤄져 어제 치러졌죠.
올림픽대표팀과 관련된 문제를 비롯 홍명보 감독 선임 사태로 불거진 축구협회의 위기는 정 회장의 리더십과 도덕성에까지 미쳐 크게 타올랐습니다. 축구팬들의 격렬한 비난을 딛고 다시 우뚝 일어선 그는 사촌 형인 정몽준 전 회장처럼 16년 동안 축구협회를 맡게 되었습니다. 아직 법적인 문제가 남아있지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렇게 두 번의 협회장 선거는 국민의 염원이 이뤄졌지만 세 번째 도전은 국민들의 기대를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득표수 차이가 너무 커서 축구팬들도 화가 나기보다는 허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안 될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합니다.
사실 저는 국가대표축구팀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없습니다. 손흥민 선수를 존경하기는 하지만 축구 마니아층은 아니어서죠. 제가 정몽규 회장이 축구협회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생각하는 부분과 비슷하지만 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습니다.
바로 3년 전에 있었던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때문인데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학동 4 구역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 사고현장의 책임을 가진 현대산업개발의 회장이 정몽규 회장이어서죠.
사람이 수십 년 동안 살아야 하는 아파트 하나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데 과연 어떤 일을 하더라도 믿을 수 있겠냐는 불신이 그때 정말 컸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지만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부분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니까요. 솔직히 믿음이 생기기가 어려웠죠.
이제 모든 협회의 선거는 끝이 났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던 선거 세 번 중 두 번만 많은 분들이 원하는 대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은 곳은 전임 수장이 저지른 잘못들을 수습하고 개혁을 이끌어나가며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한 번의 기회를 더 받으신 분도 그동안의 과오를 복기하며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개혁을 해주기를 빕니다. 당연히 셀프 개혁이라는 논란과 비난도 있겠죠. 게다가 많은 팬들이 국내축구에 대한 관심을 끊겠다고 할 정도로 실망이 컸다고 하니 그 점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자주 있지는 않으니까요.
※ 그동안 이 세 협회가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노력하시고 용기 있게 쓴소리를 마다 않으셨던 많은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박문성 해설위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