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야간근무를 마치는 아침 7시쯤이 되면 청소를 하시는 여사님이 들어오십니다. 사무실을 청소해 주시기 위해서죠.
저는 평소 여사님이 들어오시면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입니다. 늘 꼼꼼하게 사무실을 치워주시는데 감사한 마음을 따로 전할 길이 없었죠. 들어와서 일하시는 동안이라도 자잘한 일들을 도와드리며 말동무라도 되어드리려고 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사내기자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분들과 인터뷰를 한 경험이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처음 만난 외국인과 손발 섞어가며 대화를 하고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 주소 교환까지 할 정도니 이런 대화는 쉬운 편이었죠.
그런데 얼마 전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여사님께서 왼팔에 깁스를 하고 청소봉을 들고 나타나셨기 때문이었죠. 어떻게 된 일인지 여쭤보니 빙판에서 미끄러지셨는데 왼손으로 짚으시는 바람에 다치게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왼팔만 다쳐서 다행이지 허리라도 다쳤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제 마음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회사들은 아프면 병가를 낼 수 있게 해 줍니다. 여사님께 좀 쉬실 수 없냐고 여쭤봤더니 웃으시면서 말씀을 하시더군요.
"내가 아파서 못 나오면 내 일을 다른 사람들이 대신해야 되니까 미안해서 못 쉰다"고 말이죠.
사실 이렇게 육체노동이 많은 분들의 노동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최근 라디오에 출연하신 야외주차장 안내원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추운 겨울에 하루에 7시간 반 이상 바깥에서 추위에 떨면서 일을 하신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관리자가 없고 안전상 문제가 있어 온열기 하나도 놓지 못하게 하는 열악한 환경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죠. 아마 더울 때도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청소를 하시는 분들이 제대로 쉬실 수 있는 휴게공간이 없는 경우도 제법 많아서 노동강도는 다른 직업보다 꽤 높습니다. 2019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이후로 휴게공간 설치 의무화가 법적으로 정해졌지만 아직도 열악한 곳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야외에서 일하거나 육체노동의 비율이 높은 분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그런 와중에 몸이 아프실 때 자신의 일을 잠시라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더 서글프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이야기에 무관심했는데 이렇게 팔에 깁스를 하셔서 일하기 어려워하시는 상황을 접하게 되니 괜스레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직업의 특성상 몸을 써서 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한 손으로 부직포 봉을 들고 치우시는 모습에 뭐라도 도와드리려고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제가 바닥을 닦으시는 일 정도는 직접 해드릴까 싶다가도 되려 매일 그렇게 도와드릴 수도 없을뿐더러 행여나 원치 않으실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웠죠.
일단 근무자들이 있는 단톡방에 공유를 해드리면서 조금이라도 여사님이 힘들지 않도록 도와드리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정도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일을 하시는 동안 여사님께 쓰레기를 정리하고 치우시는 등의 다른 일들은 어떻게 하시나 걱정이 되어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않았던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들과 딸들이 돌아가면서 차로 모시고 온 뒤 1시간 이상 도와주고 돌아간다고 말이죠. 남매가 새벽 3시에 일어나 어머니를 태워서 여기까지 와서 일도 하고 출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탄했습니다. 저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셨는데 말이죠. 여사님께 자식농사를 진짜 잘 지으셨다는 말씀을 해드렸죠. 한편으로는 진정한 승리자가 아니신가 하는 싶었습니다. 말이 쉽지 그렇게 하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아니까요.
평소 여사님께서는 직원들이 없는 시간대인 오전 8시 전까지 사무실을 치워놓기 위해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셔서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오신다고 하더군요. 놀랍게도 그 시간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합니다. 하루를 가장 일찍 여시는 분들 중 한 분인 셈이죠.
제 주위에는 생각보다 자신의 직업과 급여, 환경에 대해 불만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럴 때가 없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조금 더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더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애를 써주시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