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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란 무엇인가, 오카야마 고라쿠엔에서 찾은 답

일본 여행기 5탄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일본 여행기 5탄이자 오카야마 여행기로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https://brunch.co.kr/@wonjue/1539




오카야마 성을 다 둘러보고 수각사에서 내려온 뒤 저희는 바로 옆에 있는 고라쿠엔으로 향했습니다. 해가 꽤 뜨거운 날씨였기에 벌써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리쓰린 공원의 여운 때문인지, 기대감은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오카야마 성을 나와서 철교를 건너면 10여 분도 채 되지 않아 고라쿠엔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고라쿠엔(後楽園)은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입니다. 약 300년 전, 에도 시대의 오카야마 번주 이케다 쓰나마사(池田綱政)에 의해 조성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그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1687년에 착공되어 1700년에 완성되었는데 산책로를 따라 다양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된 '회유식 정원'이라고 합니다. 면적은 약 13헥타르(약 39,000평)로, 넓은 잔디밭과 연못, 인공 언덕, 다리, 찻집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고라쿠엔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관리하느라 돈 많이 들었겠는데?"였습니다. T라서 죄송합니다.




일단 경로를 잠시 고민한 뒤 먼저 정원의 중심에 위치한 인공 언덕인 유이신잔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오카야마성과 고라쿠엔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라 사진도 잘 나오는 곳입니다. 아저씨들은 멋진 경관에 대한 감동과는 별개로 벌써 녹초가 되었지만 힘을 내기로 합니다.




고라쿠엔의 전경은 한 장의 사진으로는 담기 어려워, 파노라마로 겨우 담아보았습니다. 이곳의 중심에는 사와노이케 연못이 작은 섬들과 다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었죠.




꽤 넓은 정원이기에 부지런히 걸어 다닙니다. 리쓰린 공원을 관람했을 때처럼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넓은 공간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나무나 장소가 별로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다리 하나조차도 독창적이었죠.


이곳을 지나는 동안 터줏대감인 거북이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목이 우거진 좁은 길을 지나면 조그만 사당이 하나 나옵니다. 영주가 사용하던 곳이어서 그런지 규모는 크지 않지만 형식은 다 갖춘 듯한 모습입니다. 이 시대의 영주가 가진 권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이런 곳에서도 충분히 엿보였습니다.




중간중간 휴게공간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정자가 곳곳에 있어서 그늘이 적은 이 정원이 가진 소소한 단점마저도 보완해 주더군요. 시간이 갈수록 큰형님은 점점 말씀이 줄어들었지만, 촬영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했습니다.


정원의 중심에 있는 사와노이케 연못에는 정말 많은 붕어들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며 망중한을 즐기는 거북이들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곳은 봄은 벚꽃과 매화, 여름에는 붓꽃과 함께 '환상의 정원'이라는 야간 조명,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 덮인 풍경으로 고요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가 왔을 때는 벚꽃과 매화가 딱 지고 붓꽃이 막 피는 중이어서 아쉬웠죠.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조화로운 풍광들은 힘든 와중에도 깊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관람 막바지에 이르면서 만나는 곳들은 웅장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적어도 3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나무는, 하늘을 뚫을 듯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뒷걸음질을 수십 걸음을 하고서야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었던 거대한 나무와 대나무숲도 인상적이었죠.




이날 저희는 30,000걸음을 채운 날이었습니다. 강행군으로 힘들었지만 누구도 힘들다고 적당히 걷자고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죠. 그만큼 이곳에 주는 깊은 감동과 놀라움이 컸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은 나무들과, 정갈하게 다듬어진 잔디, 고요한 정자와 다리들. 그 하나하나가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말없이 들려주었습니다.




직접 경험한 고라쿠엔은 오카야마성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일본 전통 정원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사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지녔다고 자랑하는 이 정원. 언제 찾아도 자연과 역사의 조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큼 인상적인 포인트는 많지 않았지만, 마음이 묘하게 가벼워지는 곳이었습니다. 바쁘게만 살아오던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게 만드는 힘. 고라쿠엔은, 말없이 마음을 다독이는 그런 정원이었습니다.


한 줄 요약 : 정원과 조경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고라쿠엔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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