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 주말은 특별한 2박 3일을 보냈습니다. 바로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이라서였습니다. 평소 저희 가족은 3대가 모이려면 고향인 진해로 내려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교대근무라는 특성 탓에 동생네와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죠.
그런데 이번에 어머니께서 서울에 있는 친구를 만나시러 오겠다고 하시던 차에 아버지께서 반강제적으로 따라오시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멀미가 심하셔서 차를 오래 타기 힘드셨는데 큰 결심을 하셨죠. 게다가 동생네와도 일정이 맞아 현충일 저녁에는 몇 년 만에 삼대가 모두 모이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첫날 저녁 식사를 시작으로 해서 2박 3일의 부모님과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둘째 날도 특별한 경험들이 이어졌죠.
아침식사로는 제가 평소 자주 했던 잡채를 해드렸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만들었지만 정작 부모님께는 만들어 드리지 못했는데 이번에 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저는 친가에 갔을 때도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기 때문에 이런 광경은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만든 잡채를 드시며 아버지께서는 삼삼하다고 평하셨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워하셨습니다. 아버지 입맛에 딱 맞다면 다른 가족들은 다 짜다고 했을 테니까요.
식사를 마친 뒤에는 저와 둥이들과 아버지를 모시고, 아내는 엄마와 목욕탕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더 크면 이런 기회가 더 없지 않겠냐던 아내의 제안이었죠. 할 일이 많다고 구시렁거리던 아이들을 설득해서 잘 다녀왔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아버지와 목욕탕을 다녀오니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깨닫기도 했고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어서 소화한 일정은 병원이었습니다. 밤새 어깨가 불편하시다고 하셔서 제가 다니던 한방병원에도 모시고 갔습니다. 그동안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병원을 다녀오셨다는 이야기만 듣기는 했으나 그리 자주 모시고 가지를 못했습니다. 이번 참에 아들 역할을 오랜만에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네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는 여기까지 찾아오신 어머니의 친구분까지 함께 근처에 있는 어린이대공원까지 걸어갔습니다. 바로 <전국노래자랑 : 광진구 편> 녹화를 보기 위해서였죠. 보통 4~5년 간격으로 한다고 들었는데 공교롭게 이번 주가 그날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14시부터 녹화였는데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녹화하는 공간으로 향하는 길을 모조리 진행요원과 경찰이 막고 있어서였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관객석은 11시에 진작부터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전국노래자랑을 챙겨 보는 세대가 아니라서 몰랐는데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거기에 가수 영탁과 김연자 씨가 초대가수라는 사실을 알고 지방에서도 상경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결국 노래자랑 구경은 하지 못하고 동물원과 함께 사람 구경만 실컷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도 제가 준비를 했습니다. 아침으로 먹기에 적당한 게살덮밥을 준비했는데, 별다른 말없이 맛있게 드셔서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두 분은 오전에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가셨습니다. 그렇게 두 분의 2박 3일 장남네 효도관광은 큰 사건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사실 쉽지 않은 시간이기는 했습니다. 극 J형 인간인 제게 계획되지 않은 일정들이 생기는 건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닙니다. 거기다 2박 3일의 시간 동안 챙겨야 하는 일들은 많아지고 아이들도 정해놓은 일정에서 틀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소파에서 이틀 자야 해서 피곤하기도 했죠.
그래도 그 시간을 되돌아보면 정말 소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생 네까지 와서 오랜만에 열 명의 가족이 사진도 찍고 웃고 떠들며 얼굴을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영상통화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진짜 가족의 온기를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더 자라면서 스케줄이 빡빡해지면서 점점 일정을 조율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번 부모님의 상경은 가족 모두에게 값진 경험과 추억을 남겨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랜만에 효도를 한 듯해서 그 또한 행복하고 좋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