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올해 2월에 다녀왔던 호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중 하나는 바로 동물원이었습니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동물은 코알라와 캥거루였죠. 바로 코앞에서 보는 캥거루의 모습은 신비로웠습니다.
그런데 이 멋진 동물이 가진 특징을 좋지 못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어서 참 안타깝습니다. 바로 '캥거루족'이라는 표현인데요. 경제적·정신적으로 자립심이 부족하여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며칠 전 모임에서 다른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녀의 독립에 대한 주제가 등장했습니다. 어떤 분은 “취업하면 바로 독립시킬 거라고 아이에게 이야기했다”라고 말씀하셨고, 다른 분은 “아직 취업은커녕 대학도 안 갔는데 미리 그런 말을 하는 건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평소 빈둥지증후군에 대한 걱정도 늘 있었지만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기회가 되면 반드시 독립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조금 더 품을 수도 있겠죠. 다만 중요한 부분은,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아이가 미리 알고 있다는 점이 과연 좋은가 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자녀에게 ‘비빌 언덕’이 있다는 확신은 거친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절박함과 의지를 빼앗을 가능성이 높아서입니다.
'비빌 언덕이 있으면 왜 좋지 않은가'에 대한 좋은 예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대학교 재수죠. 요즘에는 다들 재수는 기본적으로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니 당연시하게 되는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웃지 못할 말도 있다고 하죠. 재수는 필수이며 삼수는 선택이다. 사수는 마음이 시키며 오수는 운명이다. 육수는 불필요하며 칠수는 사망이다. 당연히 부모가 재수를 시켜주리라는 믿음이 있는 아이에게 고등학교 3년은 뒤가 없는 아이에 비해 절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리 아이가 부모의 마음을 안다는 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뭔가를 이루려면 때로는 결핍이 필요합니다. 결핍은 단지 가난이나 불편함을 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야만 한다는 내면의 긴장감, 자기 삶을 개척하려고 하는 동기의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지가 없다면 결국 아이는 스스로 이뤄내는 일뿐만 아니라 독립에 대한 의지 또한 없어지겠죠.
요즘은 부모의 자산을 물려받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집은 부모가 사주며, 결혼 자금도 지원해 줄뿐더러, 혹시라도 직장을 잃으면 어떻게든 도와줄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살아가는 아이들 말이죠. 물론 도와줄 수 있지만 이런 전제가 당연시되는 순간 아이는 자립에 대한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서울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통계가 등장합니다. 35세가 되었을 때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1971~1975년생은 18.6%, 1981~1986년생은 32.1%에 이른다고 합니다.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로만 좁혀 보면 1981~1986년생은 무려 41.1%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무려 10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입니다.
이쯤 되면 단순한 개인 선택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자립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방증처럼 보입니다. 물론 서울의 높은 집값, 불안정한 일자리, 경기 불황 같은 현실적 제약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어려운 현실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동기를 제공하는 주체는 부모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캥거루족의 배경에는 사회구조가 있지만, 자녀에게 자립을 유도하고 책임을 심어주는 일은 부모의 몫이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아이에게 미리 독립을 언급하는 일이 너무 냉정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어른이 되고 직업을 얻는다면 그때부터 네 인생은 네가 스스로 결정하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비빌 언덕은 정말 위기 상황에서만 존재해야 합니다. 그 언덕이 항상 눈앞에 있다면 아이는 굳이 힘들게 산을 넘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겠죠. 언제까지 둥지에서 자녀를 안아줄 수 있을까 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거칠고 험한 세상에 내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캥거루족이라는 단어에는 자녀 세대들을 향한 질책이 담겨 있지만, 사실은 그 주머니를 열어준 사람은 따로 있기에 결코 부모들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자녀에게 스스로 꾸려나가는 삶을 준비하게 하는 일은 단순히 양육하고 보호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니까요.
아이가 끝내 독립하지 못한다면 그건 언젠가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 하며 기다리기만 한 우리 부모의 태도에도 분명히 상당한 책임이 있습니다. 어떤 부모는 너무 일찍 독립에 대해 언급하면 상처를 받는다고 걱정하지만, 어떤 부모는 너무 늑장을 부리다가 둥지를 떠나야 하는 자녀의 날개를 꺾어버리기도 합니다. 빈둥지증후군을 걱정하다가 자녀를 보내야 할 때를 놓치고, 오히려 스스로도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감정적 부담을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완벽하지 않은 부모이기에 이런 고민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이런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제 생각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언제 어떻게 품고, 언제 어떻게 놓아줄지 말이죠. 이건 누구나 겪는, 그리고 누구나 정답을 찾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아이가 온전히 자기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반드시 품에서 떠나 자신만의 둥지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죠. 그러니 결국, 우리는 아이에게 독립하라고 그리고 독립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진짜 사랑은 끝까지 품에 안아주기보다는, 스스로 서고 날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나는 용기에서 시작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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