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요즘 둥이들은 역사 공부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세계사를 배우기 때문이죠. 국영수보다 학생들은 의외로 역사를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제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제가 작년에 도전했던 수능시험도 선택과목을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를 선택할 정도로 역사는 재미있는 학문인데 말이죠.
그래서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함께 역사책을 집어 들고 읽으면서 용어도 설명해 주고 이야기처럼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는 하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저도 잠시 희미해졌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며 배웁니다. 여러 나라,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을 만나면서 말이죠.
그런 점에서 오늘은 특히 의미 있는 하루입니다.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기 때문입니다.
106년 전 오늘인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을 처참하게 빼앗긴 이후 우리 민족은 오랜 시간 탄압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1919년 3월 1일, 민족의 자주독립을 외치는 3·1 운동이 전국에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거대한 민중운동은 "우리는 결코 일본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강력한 의지를 세계에까지 널리 알렸습니다.
하지만 3·1 운동은 비폭력 평화운동이었음에도 무자비한 탄압을 받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독립운동가들은 의지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탄생하게 되었죠.
그런데 왜 하필이면 임시정부의 위치가 상하이였을까요?
상하이는 당시 서구 열강의 조계지(외국인 치외법권 구역)로서 일본의 통제를 피할 수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상대적으로 정치·문화적으로 개방되어 있었고 다른 나라와 외교를 시도하기에도 유리한 장소였습니다. 당시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분들은 세계에 대한민국의 독립을 알리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제도시인 상하이는 임시정부를 세우기에 최적일 수밖에 없었죠.
임시정부 수립에는 김구, 안창호, 이승만, 이동휘, 여운형 등 다양한 이념과 배경을 가진 지도자들이 힘을 합쳐서 주도했습니다. 비록 생각의 차이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조국의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만큼은 모두 같았습니다. 그들은 임시 헌장을 발표하고 국호를 대한민국을 정한 뒤 이 나라를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했죠. 그들은 모든 국민이 평등한 권리를 갖는 나라를 꿈꾸었습니다. 이런 이념은 당시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진보적인 선언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임시정부 수립일은 광복이 되고 나서도 오랫동안 공식적으로 기념되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이 주요 기념일로 자리 잡으면서 임시정부가 가진 의미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게 되어서였죠.
그러다가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4월 11일이 공식적으로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비로소 우리 사회와 국가가 이날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시작하게 되었죠.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4월 11일은 법정기념일일 뿐 국경일은 아니어서죠. 공휴일도 아니다 보니 많은 이들이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날이 정식 국경일로 지정되기를 바랍니다. 3·1절을 단순한 공휴일로 넘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날의 위대한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대한민국은 결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나라가 아닙니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맥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나라가 어떤 꿈을 꾸었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도록 이런 중요한 날을 공식적으로 기념하고, 더 자주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전히 건국절 논란을 마주합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시작되었느냐를 두고 다투는 모습은 그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역사는 이어진 흐름입니다. 임시정부는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와 국가 정통성을 보여준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큽니다.
이 출발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입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자라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요.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깊은 자부심과 감사 속에서 역사를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1919년 4월 11일, 상하이의 작은방 한 칸 안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던 이들의 뜻을. 그날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존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