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기 9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첫날 식도락 여행기에 이어 2탄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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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카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은 맛
둘째 날 오카야마 여행을 갔을 때 선택한 점심 메뉴는 카레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프랜차이즈인 코코카레인데요. 일본에서 사용하는 정확한 브랜드명은 '코코이찌방야 카레'입니다. 오카야마 역 근처에 지점이 하나 있어서 찾아갔습니다.
매장은 작고 오래된 느낌이었는데 주방도 매우 깔끔했고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방식 또한 최신식입니다. 1인석이 많은 매장이었는데 안쪽에 4인석이 있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문할 때마다 번역기 앱을 사용할 수는 없어서 눈치껏 주문했습니다. 다음에 오기 전에는 일본어를 꼭 공부해서 와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드는 순간입니다.
각자 취향대로 음식을 시켰는데 대충 이런 느낌으로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이지만 진짜 맛있었습니다. 감칠맛도 느껴지고 부드러운 소스에서 달달하고 매콤한 맛까지 살아있어서죠. 다양한 토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이 식당의 평점은 4점입니다. 프랜차이즈라는 점은 감안해야죠.
#라멘에 대한 편견을 깨준 신류 라멘
둘째 날 저녁식사로 선택한 메뉴는 바로 라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초밥을 먹으려다가 생각보다 값이 비싸서 선택한 대체재였죠. 다카마쓰 시내에서 가장 평점이 좋은 곳을 찾아갔습니다. 신류 코냐마치점이라는 곳입니다.
막상 와보니 이 정도까지 평점이 높은 데는 이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외국인들과 소통이 가능한 노년의 셰프님이 계셨거든요. 서양인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식당 앞에서는 함께 사진까지 찍어주시는 사장님을 어떤 관광객이 싫어하겠습니까.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빈자리가 없었기에 밖에서 좀 기다리기로 합니다.
20여 분을 기다리다가 안으로 들어갑니다. 라멘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시오(소금), 소유(간장), 생강 라멘.
세 분은 소유를 선택하고 저만 미소를 골랐습니다. 저는 항상 남들이 안 하는 걸 고르길 좋아하니까요. 메뉴판을 보니 육수는 물론 면에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장인정신이 절로 느껴집니다.
10여 분을 기다린 끝에 음식이 나왔고 각자 국물만 한 숟갈씩 맛을 비교해 봤는데, 우리 일행 사이에서는 시오라멘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음식을 먹어 보니 이 식당의 강점은 주인장의 친화력이 아닌 라멘의 맛이었죠. 저는 사실 라멘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1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사 먹은 적이 없을 정도니까요. 그냥 입에 맞지 않다고 여겼고 우리나라 라면이 더 맛있다고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시오라멘을 먹은 뒤에는 완전히 이 음식에 반했다고 할 정도로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육수에서 느껴지는 담백한 맛과 씹는 맛이 일품인 면발까지. 곁들임으로 주문한 튀김만두도 샤오롱바오(소룡포)를 튀긴 듯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맛있었습니다.
당연히 이곳은 5점 만점입니다.
할아버지 사장님께서 너무 바쁘신 관계로 기념사진은 저희끼리만 찍었습니다.
#고기 없이 어떻게 이런 맛을!
셋째 날 나오시마를 갔을 때는 일본 가정식 집이 있어서 들어가 봤습니다. 그때도 정말 배가 고파 아무 데다 들어가자고 하다가 찾은 곳이었죠. 이름은 玄米心食あいすなお(Gen kome kokoro-shoku Ai Sunao)입니다. 대략 현미(玄米)를 중심으로 한 정성스러운(心食) 밥'이라는 의미군요.
식당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결정하고 나니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안으로 안내를 받으니 일본식 전통가옥의 느낌이 물씬 납니다. 메뉴는 딱 하나뿐입니다. 단일 메뉴로 승부하는 식당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자신감이 기대감을 더했습니다.
메뉴판에 적힌 아기자기한 그림을 보면서 군침을 삼키며 주문을 합니다. 차분하게 기다리기로 했지만 섬에서만 만 보 가까이 걸었던지라 배가 많이 고프더군요.
음식이 나왔는데 세 가지 면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첫 번째는 정말 그림처럼 정갈하게 만들어져 있었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고기가 단 한 점도 없었다는 점이었으며
세 번째는 그럼에도 정말 맛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미소된장국도 그렇고 나물도 두부도 삶은 당근과 고구마도 모두 맛있었습니다. 반찬 하나하나가 너무 맛있어서 리필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부족한 언어능력이 되지 않기에 적절히 잘 배분해서 먹었습니다. 일본 음식 특유의 달달한 맛이 강하지 않아 무난한 반찬들이었는데 밥 자체에도 간이 되어 있어서 다채로운 조합으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식당은 4.5점입니다. 고기에 대한 아쉬움이 반영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날 저녁은 백화점에서 사 온 도시락으로 먹었습니다. 다카마쓰 같은 소도시에도 백화점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니다.
지하에 있는 식품매장으로 가서 포장해놓은 도시락을 각자 취향껏 샀는데 선택하는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다 맛있어 보였거든요. 물론 값이 착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맛은 좋았습니다.
이렇게 음식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니 그때의 추억이 또 새록새록 떠오르며 다시 여행을 가고 싶어집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여행은 늘 즐거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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