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브랜드뉴스로 발행된 기사와 비슷한 내용입니다. 기사도 한 번 들어가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www.ibrand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85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뛰어난 능력은 예술적인 감각이라고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미술과 음악 그리고 다양한 문학작품들이 인간에게 형언치 못할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겠죠.
어떤 이는 이 세 가지 예술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하죠.
문학은 "단어로 지은 마음의 집"
음악은 "마음이 울리는 소리의 파도"
미술은 "눈으로 보는 침묵의 시"
며칠 전, 용인의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꽤 유명한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조선이 낳은 최고의 화가인 겸재 정선(謙齋 鄭歚)이 남긴 침묵의 시를 보기 위해서였죠. 전시가 6월 말까지만 계획되어 있었기에 부랴부랴 가게 되었습니다.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처음 가보는 곳이었습니다. 용인 에버랜드 근처에 있다는 사실 말고는 정보가 없었죠. 유용한 정보 하나를 알려드리자면 에버랜드 앱을 설치하고 들어가면 미술관 입장료를 제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술관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제법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일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기 위해 모여 있어서였죠. 우리나라가 이처럼 예술을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이번 전시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전국 각지의 미술관에 흩어진 작품들을 한 군데 모아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협력한 대규모 특별전으로, 무려 165점에 달하는 겸재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지요.
삼성문화재단, 간송미술재단, 국립중앙박물관, 겸재정선미술관, 서울대박물관, 고려대박물관, 송암미술관, 개인 소장품까지 전국에 있는 정선의 작품은 다 모아놓은 듯했습니다. 그동안 시도해 본 적 없는 방식이었기에 이 전시는 더욱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1층의 제1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은 금강전도였습니다. 금강전도에 번지는 먹의 그윽한 농담과 거침없는 붓질, 거기에 자연을 응시하던 화가의 시선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하경산수도 역시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그의 노력이 느껴졌죠.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단순히 산과 강을 그린 풍경화가 아니라, 진짜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본 듯한 사실성과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으면서, 저도 모르게 그가 서 있었던 자리를 상상하게 되었죠.
겸재 정선은 그 당시로선 드물게 유행했던 중국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실경’을 그렸던 화가였습니다. 사람들의 상상이나 전통 양식이 아니라, 실제 풍경을 보고 담아내는 방식은 그의 시대엔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금강산과 인왕산, 서울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자신의 붓에 담아냈습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되, 마음의 떨림까지 담아낸 듯한 그의 화법은 정말 감탄스러웠습니다. 제가 또 눈여겨본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풍경 위주로 그려진 작품 속에 드러난 인물들의 모습이었죠. 단순하고 간단한 방식으로 그렸음에도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상황인지를 충분히 짐작게 하는 그의 감각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겸재 정선이 그림뿐만 아니라 글씨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그가 사대부라는 계급에 대한 자부심과 입신양명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작품 여기저기서 느껴졌습니다. 그 시기에 그가 학문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벼슬에 오르지 못함으로써 느낀 괴로움도 적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쪽 전시실에는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그의 다양한 그림들도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인물화, 화조영모, 기명절지 등 그가 그려낸 세계는 단지 산수화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붓 끝에서 생명을 얻은 새와 꽃, 책과 물건들은 당시 조선 문인의 교양과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창이었습니다. 겸재는 단순한 화가가 아닌, 문인으로서 삶을 고민하고 성찰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이 전시는 단지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겸재라는 한 사람의 예술적 여정을 따라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관람을 하는 동안 전시장 내부의 구성과 동선, 큐피커라는 앱을 통한 온라인 도슨트의 설명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에 겸재의 시선과 흐름을 따라가는데 한결 편했습니다.
이날 저는 찬찬히 그림을 감상하며 “이 산은 마음으로 그렸을까?”, “이 장면은 어디에서 바라보고 그렸을까?”, "이 부분은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하고 묻고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려 노력했습니다. 사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이 그림들을 그리면서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였습니다. 화가의 생애는 대부분 행복하지 못하고 사후에서야 그 작품세계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의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는 그의 붓이 그려낸 자연만이 아니라, ‘자연을 보는 겸재의 마음’을 마주하고 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겸재의 작품들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의 감정과 시선을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부족했던 작품 보는 눈도 키울 수 있었죠. 나오는 길에 또 한 번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호암미술관은 미술관 자체도 정원과 연못이 잘 어우러져 있는 곳입니다. 전시회를 관람한 이후 잠시 산책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장소더군요.
겸재 정선의 그림을 통해 배운 건 단순히 그림을 ‘보는 법’이 아니라, 자연을 ‘느끼는 마음’이었습니다. 자연 앞에서 겸허해지고, 붓을 들기 전 머무르던 그 시간의 길이마저도 그림에 담아낸 그의 정신만큼은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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