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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부부에게 정말 쉽게 허락되지 않는 단어, 부모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한두 가지씩은 있습니다.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서도 있을 테고 언젠가는 쓸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로 버리기를 꺼리기도 하죠. 저희 집에도 그런 물건들이 제법 있는데 좀 특별한 물건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신생아 때 쓰던 거즈였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얼굴과 몸을 닦는 용도로 유용하게 쓰면서 몇 개가 남았는데 이상하게 계속 정리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거즈가 뜻하지 않게 지인에게 선물로 쓰이는 상황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 사연은 이러한데요.


제 지인은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꾸준히 아이를 갖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합니다. 난임으로 인해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7년 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난임치료는 물론 시험관 시술까지 받았다고 하더군요. 최근 몇 년간은 서로 떨어져서 주말부부까지 하는 가운데서도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주위에 이런 분들이 계시다고 하면 이 시술이 얼마나 힘든지 아마 많이 듣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고통이라고 표현하는 분도 계셨으니까요.


결국 포기하지 않은 엄마의 의지가 소중한 결실을 이뤄냈고 연말쯤에는 아이가 태어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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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정말 두 사람의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축하를 해주며 기회가 되는대로 그 아이가 이 세상에 건강하게 빛을 볼 수 있도록 기도해 주겠노라고 말도 전했죠. 그러다가 이런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예전에는 대를 이을 자손을 낳지 못하는 부인들에게 아들을 많이 낳은 사람의 속옷을 구해와서 입히는 웃지 못할 이야기들도 있었다죠.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간절했다는 의미겠죠. 아이가 쓰던 물건이 좋은 의미의 선물이 된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지인께 제 생각을 조심스레 여쭤봤습니다. 혹시 우리 집에 아이들이 신생아 때 쓰던 거즈가 있는데 혹시 좋은 기운을 드리는 마음으로 선물로 드리면 어떻겠냐고 말이죠. 제가 딱히 도와드릴 수 있는 일도 없었기에 반신반의로 가볍게 던져본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기운이라는 말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표현입니다. 종교적인 신념이나 미신에 대한 불신이 있으시다면 꺼리실 수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그 물건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지 몰라도 얼마간이라도 산모가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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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께서는 제 제안에 대해 흔쾌히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라고 답을 해주시더군요. 그렇게 다시 뵐 날이 오게 되었고 저는 이제 딱 세 개밖에 남지 않은 거즈를 서랍에서 꺼내서 지퍼백에 쌌습니다.


그러다가 대뜸 아내에게 혼이 났죠. 뭘 하고 있느냐고 묻길래 이 선물을 하게 된 전후 사정을 설명해 줬더니 그거 달랑 하나만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타박을 하지 않겠어요. 다른 선물도 추천을 해줬습니다. 아내도 아이를 가졌을 때 생수도 잘 못 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루이보스 티로 도움을 많이 얻었다며 선물로 준비해 드리면 어떻겠냐고 말이죠. 티백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생분해 티백으로 된 선물을 준비했죠. 광고는 당연히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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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니 이 정도도 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거기에 편지도 몇 자 적었습니다. 지인께서 아내분께 전달하면서 설명을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격려해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였죠.


사실 제게 시간을 되돌려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지 않았겠나 싶었습니다. 두 사람이 그동안 보여준 노력과 의지는 더 나이가 든 제가 보기에도 충분히 존중받고 인정받을만했으니까요.


소소한 마음은 잘 전달이 되었고 남은 기간 동안 ㅇㅇ이가 엄마 뱃속에서 잘 자란 뒤 날짜 맞춰서 건강히 잘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엄마를 기다리게 한 만큼 사랑도 듬뿍 받으며 자랄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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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난임을 만난 부부에게 부모가 되는 길이 너무나도 쉽지 않다. ㅇㅇ이가 건강하게 엄마, 아빠를 잘 만날 수 있기를 빕니다.


#난임부부 #난임클리닉 #불임 #저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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