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세우스 Jan 26. 2022

돌봄과의 전쟁 2탄

우리 아이 좀 돌봐주세요!

 얼마 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방과 후 돌봄 교실에 들어갈 아이들에 대한 추첨식을 가졌습니다. 방과 후 돌봄이란 1, 2 학년 아이들을 정규수업을 마친 뒤에도 오후 시간 동안 학교에서 돌봐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아이를 낮시간에 온전히 돌보기 힘든 가정을 위해 도입되었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1, 2 학년에 한해서 각각 50명씩 총 100명의 인원을 나눠서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학년 돌봄교실 있었는데 작년부터 학원에 다니는 애들이 워낙 많아서 없어졌죠.

 추첨하는 사람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원분들과 학부모 몇 명입니다. 여러 명이 모여 직접 추첨을 하고 참관하는 모습을 현장 녹화하는 식입니다. 저도 학부모위원 자격으로 참여해 추첨 하게 되었습니다.  


오래 걸리지도 않는 행사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지만 금세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 이유는 신청인원 때문이었습니다. 신입생(1학년)은 82명, 2학년은 64명이나 지원을 한 상태였습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1학년은 32명, 2학년은 14명이 돌봄 교실 뽑히지 못하고 대기번호를 받게 될 예정이라는 뜻입니다. 작년에 비해서 더 신청자는 더 늘었다는 설명에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일었습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추첨을 합니다. 저도 학년별로 각 열 번씩 총 20명의 아이들을 뽑았죠. 제가 뽑은 열 명의 아이가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두근거리고 긴장되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특히 1학년 추첨 때 저는 마지막 추첨자였습니다. 마지막 50번째 아이를 제가 뽑았다는 뜻입니다. 10여 개 남아있는 번호 적힌 탁구공을 만지면서 마지막 탁구공을 쥔 손을 빼는 것이 이상하게 미안하고 불편했습니다.

돌봄교실 추첨식 장면

이 순간 이후 상자 안에 남은 번호의 아이 부모님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1학년 시작하는 날부터 아이를 오후에 돌봐줄 곳을 찾아다녀야 할 테니까요.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찮은 부모님의 마음은 저야말로 4년 전 저와 아내 역시 격하게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이 동네로 이사를 하고 난 시점이 2월 이후였기에 돌봄 교실에는 아예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때의 어려웠던 시절을 다시 기억하고 싶진 않네요..


아무튼 그때의 추첨식은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개인적으로 다행스러웠던 점은 저희와 같은 쌍둥이들이 다섯 집이나 있었는데 모두 당첨이 되어 돌봄 교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왠지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에 이런 생각이 문득 듭니다.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을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건 온전히 집 문제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출산을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지는 저녁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체벌과의 전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