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저는 건강이에게 멋진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한 장의 그림이었죠.
학교 미술시간에 모눈종이(그리드)에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출력해서 옮겨 그리는 기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때 건강이가 선택한 그림은 바로 제 사진이었습니다. 저에게 제 사진을 뽑아 가야 한다고 말하길래 왜 그러는지 의아했는데, 바로 이런 용도였던 모양입니다.
건강이가 만들어 온 작품을 보며 작품의 수준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제 기분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아빠 사진으로 미술작품을 만들어오는 일은 그리 흔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정말 감사하고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학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날씨 때문인지 건강이에게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번아웃 초기 증상이 찾아와서 걱정을 커졌습니다. 다방면으로 아이의 마음을 읽고 도와주기 위해 애를 썼지만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영역이 많기에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죠.
평소보다 더 대화도 나누려 노력하고 계획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자유롭고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줬죠. 그런데 건강이가 언젠가부터 넷북을 올려놓고 터치펜을 잡은 채 한참 동안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뭘 하든 관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궁금증만은 참기 어려워서 지나가는 척하며 슬쩍 가서 봤습니다. 알고 보니 스케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도시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작은 도시인 콜마르라고 하더군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으로도 알려져 꽤 유명한 곳이었죠. 멋진 사진이었습니다.
건강이가 하고 있는 작업은 그냥 흰 종이에 그리는 방식이 아니라 사진을 덧대서 거기에 맞춰 스케치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입시미술 학원을 잠시 다녔을 정도로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금세 끝나리라 생각한 작업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어떤 날은 숨도 쉬지 않고 두세 시간을 집중해서 그릴 때도 있었으니까요. 열흘은 족히 넘게 이 작업에 집중하던 건강이는 드디어 마무리했다면서 작품을 가족들에게 보여줬습니다.
계속 쳐져 있고 무기력하기까지 했던 아이였는데 오랜만에 생기가 돌고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습니다.
특히 물과 풀을 표현하는 방식은 베껴 그렸음에도 꽤 놀라웠습니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 활동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런 작품을 만들면서 회복탄력성이나 집중력, 성취감을 스스로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건강이가 이 작품을 보여주면서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아빠 글에 꼭 써달라"라고 말이죠.
사실 굳이 비교를 하면 행복이가 레고로 만들었던 작품 이야기가 많았기에 상대적으로 건강이의 이야기가 적었습니다. 그 점을 그동안 은근히 의식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인터넷에 기록해서 간직해 두면 시간이 지나도 이때의 좋은 기억을 남겨놓을 수 있을 듯해서 글 몇 자와 함께 남겨봅니다.
몇 달 다니고 그만두기는 했지만 멋진 제 그림도 받아보고 슬럼프를 그림으로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니 미술학원에 다녔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좋았습니다. 거기에 건전한 취미활동이 주는 장점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아이에게도 슬럼프, 번아웃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너는 공부만 하면 되는데 그게 뭐가 힘들어?"라고 하는 부모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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