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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과 노경은 선수를 통해 배우는 꾸준함의 힘

by 페르세우스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와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진기록이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한 이닝에서 네 명의 선수가 연속으로 홈런을 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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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동안의 KBO 역사상 딱 네 번 밖에 없었던 기록이기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야구의 꽃이라고 불리는 홈런이 네 개나 연달아 터졌으니 야구팬들도 크게 관심을 가졌으며 뉴스에서도 많이 다뤄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놓칠 뻔한 기록들도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언급할 기록들도 SSG 선수들이 달성해서 화제가 된 내용들입니다.

노경은 선수의 3 시즌 연속 30 홀드 달성, 최정 선수의 20 시즌 연속 10 홈런, 통산 350 사구(死求) 같은 기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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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은 생각보다 아시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홀드는 마무리 투수가 아닌 구원 투수가 리드 상황에서 경기를 안정적으로 넘겨주었을 때 받는 기록입니다. 전혀 화려하지 않습니다.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3년 연속 30 홀드라는 수치는 엄청난 기록입니다. 선발 투수에 이어서 던지는 중간 계투 보직을 받은 투수들은 항상 경기에서 대기하고 시도 때도 없이 출전하기 때문에 '마당쇠'라는 별명이 자주 붙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힘들고 고된 자리죠.


그런 중간 계투 선수들 중에서 한 시즌에 30 홀드를 기록하려면 팀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실력 좋은 구원 투수여야 합니다. 접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역할을 해내야 하니까요. 그런 일을 3년 연속으로 해낸다는 건 단순한 실력을 넘어서 평상시 관리는 물론 운도 많이 따라야 합니다.


특히 노경은 선수는 현재 나이가 41살입니다. 84년생으로 저와 고작 세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 백전노장입니다. 방출되어 소속팀이 없어져서 호주까지 다녀오고 골프까지 손을 댔다가 돌아왔으니 그야말로 야구계의 진정한 풍운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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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선수의 기록도 눈에 띄지 않지만 대단히 위대한 기록입니다. 그가 달성한 10 시즌 연속 20 홈런 기록도 엄청난 기록입니다. 하지만 20 시즌 연속 10 홈런은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 아니고서야 절대 불가능한 결과기에 경이로움을 넘어 존경심도 불러일으킵니다.


거기에 통산 350 사구(死求)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볼넷을 뜻하는 사사구와는 달리 사구는 타자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수치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20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최정 본인도 350번의 몸에 맞으면서도 부상의 위험과 분노의 순간을 이겨냈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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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각해 보니 야구도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들은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성공에 주목하며 환호합니다. 대박 난 사업가, 히트 친 가수, 베스트셀러 작가. 이런 이야기들이 뉴스가 되고 화제가 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주변에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20년째 같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직장인.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가족을 위해 아침밥을 차리는 어머니. 30년 넘게 한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온 장인. 이런 분들의 기록은 신문에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단한 일들입니다.

노경은의 3년 연속 30 홀드처럼, 이분들도 하루하루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최정의 20 시즌 연속 10 홈런과 350 사구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홈런도 좋습니다. 한 이닝 4 연속 홈런도 멋진 순간입니다. 그런 순간들이 야구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니까요. 하지만 그런 화려함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화려한 한 방이 멋져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보다는 꾸준함이 가지는 힘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당장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태도야말로 진짜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런 자세는 결국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진짜 대기록들은 대부분 화려하지 않습니다. 조용하고, 꾸준하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록들이야말로 진정한 가치가 있는 일들입니다. 우리도 우리 아이들도 그런 가치를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홈런의 화려함에만 현혹되지 않고, 홀드와 사구 같이 숨겨진 진짜 의미 또한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 주변에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 많은지도 알 수 있게 되며 좀 더 겸손하고 끈기 있게 인생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사실도 배울 수 있겠죠.


한 줄 요약: 진짜 대기록은 화려한 순간이 아니라 꾸준함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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