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경청하는 능력에 대해서 알려줄걸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by 페르세우스

NQ(Network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2 : 경청하는 능력에 대해서 알려줄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경청의 태도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나타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가운데 하나다. -카네기-



『보통 사람을 위한 책 쓰기』의 저자 이상민 작가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판업계에 대한 경험이 많던 그는 꾸준히 인기 있는 책이 대화법에 관한 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같은 책을 비롯해 이기주 작가의 베스트셀러인 『언어의 온도』와 『말의 품격』도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의 기본인 소통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생각보다 일상적인 대화를 어려워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경청이 금이다

인간관계에서 대화의 기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대화의 기술보다 경청의 기술을 조금 더 값지게 평가합니다. 경청이란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정해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를 통해 상대방은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생각하게 되며 안정감을 느낍니다. 진실한 관계를 맺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상대가 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꼽힌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뿐 아니라 익숙한 관계라 할지라도 말을 많이 하고 나면 자신의 말을 들어준 상대방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토크쇼 진행자인 래리 킹은 “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라고 했습니다. 톨스토이 역시 소통을 위한 세 가지의 조언을 남겼습니다. “먼저 친구의 의견을 조용히 경청하며, 빠르게 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충분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이처럼 경청하는 능력은 쉽게 얻기 어려운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낮은 지위를 가진 사람의 말도 경청한 다산 정약용과 이순신 장군

다산 정약용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분입니다. 그는 『유배지에서 쓴 편지』에서 경청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은 밥을 파는 노파와 ‘아버지와 어머니 중에 누가 더 중요하냐’는 주제로 깊이 있는 토론을 펼칩니다.

선생께서는 그간 쌓아온 지혜로 노파의 코를 눌러줄 만한 답을 내놓았으나 노파가 내놓은 답은 그가 내놓은 답을 능가했습니다. 이때 겪은 일을 선생은 편지의 말미에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저는 노파의 말을 듣고 흠칫 크게 깨달아 공경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천지간에 지극히 정밀하고 오묘한 진리가 이렇게 밥을 파는 노파에게서 나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기특하고 기특한 일입니다.”

다산 정약용처럼 뛰어난 대학자가 남의 이야기를 계속 경청할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더욱이 신분이 낮은 장사하는 노파의 말은 더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이 자신과 다르더라도 의견을 끝까지 듣고 깨달음을 얻었으며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글에서까지 남겼다는 점은 모든 이들이 본받아야 할 만한 일화입니다.

운주당(통영 한산도에 위치함)

이순신 장군도 이와 비슷한 일화가 있습니다. 임진왜란으로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조선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은 작전회의도 남달랐다고 합니다. 본진이었던 한산도에서 ‘운주당’이라는 곳을 만들어서 군사 회의를 할 때면 말단 사들까지도 참석하게 하여 의견을 물었다고 합니다. 신분제도와 품계가 엄격했던 조선 시대에서는 결코 흔히 보기 힘든 일입니다. 전란을 겪는 동안 4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전투를 겪으면서도 일본군에게 단 한 번도 패전하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업적에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힘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아직 많이 모자란 내 아이의 경청 능력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처럼 경청하는 자세가 필수입니다. 널리 알려진 명언으로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말이 없는 사람을 의미하기보다는 잘 들어주는 사람, 즉 ‘경청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아이의 말하기 능력은 4~6세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뜻밖의 어휘력을 보여주고 재잘재잘 말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가 잘 성장해가고 있다고 부모는 느낍니다.

반면 말하기 능력과 달리 경청하는 능력은 키울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아이의 경청하는 능력을 확인해보려면 수업 듣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아이들의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부모 참여 수업에 일일 선생님으로 꾸준히 참여해왔습니다. 그 덕분에 매년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어떤지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상당수가 나이와는 무관하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상황이나 순서에 개의치 않고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말하기를 원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시간과 기회가 모자라기에 기다리지 못합니다. 선생님은 결국 아이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제지해야 수업이 진행됩니다.

물론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끊거나 수업의 흐름을 깨뜨리면서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가 자기 PR 시대라고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일명 TPO(시간, 장소, 목적)가 적절하지 않다면 오히려 역효과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때는 괜찮지만 이런 부분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경청은 다른 사람이 가진 의도나 정서를 이해할 수 있고 그를 통해 관계를 발전 및 유지해 나가기에 사회성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학습 능력과도 밀접합니다. 부모가 하는 말을 잘 듣지 못하는 아이는 결국 친구나 선생님이 전달하는 말 역시 잘 듣기 어렵다는 것과 같습니다. 들어도 이해를 못 한다면 집중해서 들어야 가능한 공부는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경청하는 능력은 단순히 부모의 말을 잘 듣고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순종적인 아이라는 개념과는 다릅니다. 부모의 욕심에 의해 평소 지나치게 억눌리며 살아가는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경청은 하되 할 말은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 경청하는 능력 키우기

경청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첫 번째, 부모가 먼저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만큼 아이도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함을 배웁니다.

두 번째, 중간에 말을 끊지 않도록 합니다. 아이가 상대방의 말을 다 듣지 않고 끊으려 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 중에 끼어들려고 하면 “혹시 급한 이야기가 아니면 아빠(엄마) 이야기 마치고 하면 안 될까?”라고 말하면 됩니다. 아이에게 조금 더 차분히 경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말을 정말 끊어야 할 때는 꼭 양해를 구하는 말 “말씀 중에 죄송한데”라는 말을 쓰도록 해줍니다. 일단은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연습이 제일 중요합니다.

세 번째, 아이가 하는 말에 감탄사를 붙여주며 아이가 하는 말에 깊이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명 ‘리액션’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함께 대화하는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아이가 잠시 멈추고 기다릴 수 있는 연습을 하면 경청의 능력은 생각보다 빠르게 습득될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회의는 경청과 화술을 동시에 익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최근 우리 집의 가족회의 주제는 “왜 아빠 엄마는 집에서 불(전등)을 안 끄고 다니는가?”와 “집안일을 도와주었을 때 용돈을 받아야 하는지와 얼마로 정해야 적당한가?” 였는데요. 가족회의를 통해서 아이들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해줄 수 있고 자립심, 논리적 사고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족끼리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평소에 가진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이야기할 수 있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서 일정한 형식을 갖춘 가족회의를 주기적으로 해본다면 위에 언급한 다양한 장점을 비롯해 경청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경청은 다른 사람이 가진 의도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능력입니다. 부모가 하는 말도 잘 듣지 못하는 아이는 결국 친구나 선생님이 전달하는 말 역시 잘 듣기 어렵습니다. 경청은 학습 능력, 사회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적인 관계를 발전 및 유지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능력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관계 형성과 학습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