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첫째, 본보기요, 둘째 역시 본보기요, 셋째도 본보기다 -슈바이처-
같이 모이는 것은 시작을 의미한다. 같이 협력해서 일하는 것은 성공을 의미한다. -헨리 포드-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다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결혼, 출산에 이어 입학은 부모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이벤트입니다. 가만히 관찰해보면 어른이 아이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습니다. 학년 초기에는 부모의 참여가 필요한 행사도 많았고 챙겨야 할 것들도 너무 많아서 학생보다 부모가 더 바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뜻하지 않게 아이 학급의 총회에서 아빠라는 이유로 다양한 감투를 많이 맡게 되었습니다. 반의 대표를 맡고 녹색학부모회, 학교 운영위원, 아버지회로 활동하게 되는 통에 바쁘지만 여려 방면으로 경험할 수 있는 1학년 학부모의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 이 동네의 제일 유난스러운 아빠
일단 보육시설이나 학교에 아이를 맡기면 부모는 그곳을 믿고 집안일을 돌보거나 직장을 다닙니다. 적어도 시설에 아이를 맡겨놓는 동안에는 아이는 아이대로의 삶, 부모는 부모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부모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 생깁니다. 학부모 참여 수업, 발표회, 체육대회 같은 행사입니다.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도 있지만 신경을 쓰고 자주 참여하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북유럽의 아빠들은 육아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일명 ‘라떼파파’라는 단어 역시 여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 역시 요즘 아빠들의 육아 참여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역시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2019년 기준 전체 육아휴직 중 아빠의 비율 21.2% : 고용노동부).
하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며 현실을 살펴보니 우리나라 아빠들의 육아 참여 방식은 북유럽 아빠들과는 달랐습니다. 아이의 주양육자로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통 동네에서 아이들과 낮에 함께 다니는 아빠들은 너무나도 눈에 잘 띕니다. 엄마는 무얼 하는 사람인지, 낮에 왜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지까지 공공연한 관심을 받습니다.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와 달리 저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육아와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연수, 학부모 상담, 체육대회, 다양한 심의나 회의 같은 학부모가 참여 가능한 행사와 더불어 다양한 학부모 단체가 운영됩니다. 행사가 있을 때는 빠지지 않았고 학부모 단체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 활동도 네 해 동안 해왔습니다.
막상 활동해보니 이 조직들은 의외로 아빠를 만나기 힘든 견고한 금남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본의 아니게 다른 분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양처럼 되어버렸고 적응을 하기 전 초창기에는 눈칫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감투 좋아하는 아빠라는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정치를 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 아빠 무지하게 나댄다”라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친한 분들은 굳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없는 시간을 내며 꾸준히 활동하면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서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아이를 돌봐주심에 대한 감사함을 갚기 위한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이런 활동을 얻은 뜻밖의 수확은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 학급회장 선거에 나갈 때도 제 모습이 아이의 결심에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무작정 강요하지 않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는 문화입니다. 한편으로는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내심 원합니다. 만약 이런 활동을 하게 된다면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이용해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의 삶을 사는 것이고 부모는 부모 대로의 삶을 사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또, 김영란법 덕분에 요즘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 학교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진 학부모라는 것도 이젠 거의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 사회의 진화, 사회성의 퇴화
OECD 2030 미래교육 회의에서 OECD 역량국 안드레아스 슐라이 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미래에는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사회성, 역량, 협업, 상호작용에 대한 중요도가 커졌다.” 이중 사회성과 협업은 인간관계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평소 자주 가는 단골 가게에서 종업원이 자신에게 아는 척을 했다는 이유로 그 가게에 다시 가지 않겠다는 내용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입니다.
요즘 세대의 상당수는 자신의 영역에 새로운 관계가 침범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런 행동을 요즘 세대들은 ‘선’을 넘는다고 표현합니다. 우리 인류의 조상 격인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제일 큰 강점은 사회성이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도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의 조상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사회성이라고 꼽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무리 지어 협력하고 소통하며 생존해왔습니다. 고도화된 현대사회와 SNS로 대표되는 온라인상의 얕고 단편적인 인간관계가 오히려 인간의 사회성을 퇴화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나 혼자 살고 나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인간관계를 올바르게 형성할 기회를 잃고 자칫 고립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점입니다. 예전부터 인간은 ‘우리’라는 공동체의 그늘에서 성장해왔습니다. 이제 ‘우리’보다 ‘나’를 더 강조하는 삶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사회적인 경험이나 교류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심화는 공감 능력과 이타성을 떨어뜨립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회적 자본(관계망)의 상실이라고 표현하며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내 자녀가 사회성이 꼭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 사이에서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최소한의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지도는 해줘야 합니다.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된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끼리의 관계 형성이나 대면 활동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미래형 인재로 ‘주위 사람과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꼽습니다. 사회성을 비롯한 소통능력은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의미입니다.
최근 한 매체에서 “한국계 미국인은 똑똑하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왜 인도계 CEO가 뽑히는 것인가(https://news.v.daum.net/v/20210902075922520)라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한국계와 인도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네트워킹 능력은 중요합니다.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부모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학교 활동에 적당한 범위 내에서 참여해보는 것도 아이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아이 앞에서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만 가지고 흉을 보지 말 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게 되면 제일 크게 와닿는 변화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느껴지는 거리감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왜 이렇게 소통하기가 힘든 것 같지?’라고 말하는 1학년 엄마들이 많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7세까지는 보육에 무게중심이 몰려있다면 8세부터는 교육입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선생님의 업무가 양육하는 역할에 좀 더 집중되어 있고 초등학교 선생님은 그야말로 교육의 역할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학교에 온 아이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생활태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선생님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챙길 수 없다 보니 예전에 비해 꼼꼼하고 살갑게 아이를 챙겨줄 수 없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이에 대해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주시던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선생님들과 매일 같이 교감을 나누던 엄마는 바뀐 환경에 혼란스러워집니다. 어떤 선생님이라도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34명(서울시 기준)에 이르는 아이를 수업을 진행하면서 모두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이에 대해서 이것저것 전달하고 물어보고 싶은 엄마는 선생님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기에 불만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기에 일단 직접 선생님을 만나기부터가 쉽지 않다 보니 전화나 대면으로 나누는 대화에도 온도 차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선생님의 말투와 태도가 아쉬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과 대립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보다는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1년 동안 여행을 함께 할 동반자라고 생각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 부모가 취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식입니다.
상황에 따라 뜻하지 않게 불쾌하고 언짢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아이 앞에서는 이런 감정을 내색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선생님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면 아이도 알아듣습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아이의 학교생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이는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좋아해야 말을 더 잘 들으며 학교생활도 즐겁습니다. 그래야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도 잘할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학교가 주관해 전문가를 초빙해 1학년 초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연수 때도 강조되는 부분입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혹시 극한 직업 중에서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이는 EBS의 《극한 직업 플러스》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장 기피하는 학년이 바로 1학년과 6학년이라고 합니다. 자아가 강해져서 선생님의 통제가 잘 되지 않는 6학년과 아직 학교생활의 적응이 필요한 데다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의 시도 때도 없는 질문과 민원에 시달리는 1학년 선생님의 고충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업무는 과중되는 반면에 학부모의 기대치는 커지다 보니 생기는 현상인 셈이어서 조금 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학교 선생님에 대한 태도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학원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체능이나 좋아하는 과목은 아이의 관심도나 역량에 따라 학원이라는 곳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낼 때 역시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돈을 내기 때문에 당연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원 선생님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권리까지 얻은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학원 선생님과 소통을 할 때도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에게 올바른 소통방식을 알려줌과 동시에 인성 함양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