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부터 2년 가까이 일선 학교에서는 등교 수업은 축소되고 온라인 수업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초창기에는 학교를 열흘도 채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여름방학을 하기도 했습니다. 등교 수업을 보충하기 위한 온라인 수업은 학습결손과 학력 격차를 유발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빼앗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친구입니다. 학교는 공부뿐만 아니라 건강한 인간관계 형성을 배우는 곳인데 등교 수업의 축소로 인해 친구를 사귈 기회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예로부터 2월 말부터 학부모들의 근심이 커집니다. 선생님, 친구, 적응 등의 걱정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바람직한 친구 관계를 형성하고 그 친구를 통해 선한 영향을 받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경험으로 습득한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부모는 아이의 친구 관계에 개입해야 할지에 대해서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과연 부모는 어느 정도까지 이런 부분에 관여해야 할까요?
보통 내성적인 성격은 친구 관계를 넓히는 데 취약하다고 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은 사회성이 부족하다고들 하지만 엄밀히 봤을 때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남과 사귀기를 좋아하고 쉽게 친해지는 사교성과 사회와 집단에 적응하고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갖는 사회성은 다른 개념입니다. 공동체에 필요한 규범을 얼마나 잘 습득하고 적응하며 살 수 있는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은 있는지 등의 개념을 갖는 사회성이 조금 더 넓은 의미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사교성에 너무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점은 덴마크의 철학자인 키에르케고르가 언급한 단독자라는 개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단독자는 자신을 올바로 바라보고 상대방에 휘둘리지 않으며 누구와도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을 뜻합니다.
내성적인 아이에게도 장점이 많습니다. 집중력이 좋아 실수가 적고 사람을 깊게 사귀는 능력이 있습니다. 배려심이 많아 남에게 상처를 잘 주지도 않습니다. 장점이 많은 성격입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6%(성인), 46.4%(학생)가 자신을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과장팀이 학생 792명(평균 17·1세)과 성인 1,014명(평균 32·3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령에 따른 성격성향의 차이」) 전 국민의 두 명 중 한 명은 내향성을 가진 셈입니다. 아이의 내향성이 드물거나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좀 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기를 원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구를 사귀는 데에 어려움이 겪어 어른이 되어서 악영향이 있을까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기질과 성격이 내성적이라고 해서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성격을 바꿔보겠다고 무리하게 접근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을 보완해나가는 방향으로 노력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갖는 걱정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꼽습니다.
첫째, 아이가 놀림을 잘 당합니다. 일단 아이에게 단호하게 상대방에게 “하지 마!”라고 말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태도에 상대방은 자신의 행동을 괴롭힘으로 인지하지 못할뿐더러 장난을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놀림받는 이유에 특유의 말투나 행동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부모가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아이의 대인관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정도가 심할 때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둘째, 부끄러움이 많아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 자체를 어려워합니다. 친구가 원하는 대로 모두 따르는 경우도 이에 해당됩니다.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럴 때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아이가 새로운 사람에게 친근함을 느낄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합니다. 아이의 성향과 맞는 친구를 초대해서 어울리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주원 국제뇌교육 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아이를 억지로 또는 너무 급하게 바꾸려 하기보다는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https://kr.brainworld.com/Opinion/20532) 아이의 변화는 정서적 안정감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부모의 인내심이 많이 필요합니다. 또, 많은 어른들이 그러했듯 아이들은 커가면서 성격이 바뀌는 경우도 많으니 너무 조바심 낼 필요도 없습니다.
셋째,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습니다. 어떤 아이는 친구들의 장난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시시콜콜 부모에게 이릅니다. 상처받은 아이를 보듬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부모의 의무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서 장난과 괴롭힘은 경계가 상당히 모호합니다. 정말 문제가 될만한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아이가 예민하게 반응한 경우인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적당한 범위 장난인 경우는 아이가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 줍니다. 하지만 정도가 심할 경우는 상대방이나 선생님에게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평소 집에서도 지도해줘야 합니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부모가 나서면 됩니다.
넷째, 친구를 못 사귈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이가 친한 친구가 없음에 대해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부모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아이는 자라면서 필요성을 느낀다면 충분히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해결할만한 그럴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친구 사귀기를 원하지만 스스로 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조언이나 도움이 조금은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일단 아이에게 친구가 생길 수 있다며 충분한 격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아이가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이유가 따로 있는지 평소 다른 친구와 있을 때 하는 말과 행동을 꼼꼼히 살펴봐 줄 필요가 있습니다.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는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에 두고 온 꽃에 물을 주기 위해 자신의 별로 다시 돌아가려고 결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우를 통해 진정한 ‘관계’라는 것을 배우고 자신에게 꽃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나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아이에게 친구가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 데서도 새로운 사람들과도 두루두루 잘 어울리기를 바랍니다. 그래야만 아이 인생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친구가 많다고 한들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일 때 고민을 털어놓을 진정한 친구 하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얕고 넓게 사귄 수십, 수백 명의 친구는 엄밀히 보면 친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인(知人)일 뿐입니다. 우리의 전화기에도 수백 개나 되는 지인의 연락처가 있지만 이 중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꾸준히 연락하는 경우는 채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냥 아는 사람이 아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좋은 친구는 부모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들을 보완해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또래문화에 민감해지는 시기에는 정서적인 의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은 수의 친구는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통해 일기와 독서로 외로움을 이겨내고 정서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혼자 있으면서 사람들과 있을 때 보거나 느낄 수 없었던 것을 깨달을 수도 있고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소비문화나 SNS는 소외되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가꾸기보다는 남에게 보이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온전히 사용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면 아이는 훨씬 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친구는 부모 입장에서도 중요하며 민감한 일입니다. 부모가 개입 없이 아이 스스로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안목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아이가 문제행동을 하는 친구들과 어울린다거나 친구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은 파악된 친구의 문제가 일시적인 행동이라면 친구가 아닌 행동의 문제점을 짚어주는 훈육을 해주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평소 아이와의 소통이 원활하다면 바르지 않은 행동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며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와 관련된 일로 비슷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그때는 부모가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대인 가정에서도 자녀의 친구 관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직접적으로 개입을 합니다. 단, 배울 점이 없고 오히려 친구가 자녀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이 들 때 한해서입니다. 나쁜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차라리 친구가 없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일들보다 친구 관계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부모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관계를 통한 바람직한 성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통 역시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가 평소 원만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예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개입해서 정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좋은 물건을 구별하는 능력을 생긴 것은 나쁜 물건에 사 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쁜 것들을 가까이해서는 안 되기에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기회를 갖지 못하고 그전에 부모가 좋은 것만 골라준다면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찾아서 사귀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아이에게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이전에 우리 아이가 먼저 다른 아이들에게 친하게 지내고 싶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항상 베푸는 마음을 가지고 배려하는 모습을 배우며 자란다면 좋은 친구를 만날 기회는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2019년 상담 현황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이 바로 대인관계, 즉 친구 관계(26.3%)였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공부보다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어른들조차도 평생토록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인간관계는 기본적으로 사회성을 기반으로 하며 이 사회성은 대인관계지능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물론 가정에서는 대인관계지능이 낮다고 해서 어려움을 겪을 일이 크게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테두리에 들어서는 순간 아이는 환경의 변화를 통한 시련을 경험합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처럼 선생님이 꼼꼼히 보살펴주던 보육환경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반 20여 명의 다양한 성향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또래집단 속에서 아이들은 대인관계지능을 키움과 동시에 평가받게 됩니다.
사회성과 밀접한 대인관계지능을 높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이의 말을 경청해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아이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둘째, 다양한 역할극을 해봄으로써 간접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학교, 마트, 식당 등 모든 상황을 아이가 다 경험해볼 수는 없습니다. 많은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아이의 생각의 틀을 키워주면 좋습니다.
셋째, 아이가 좋아하는 책에 나오는 인물에 감정이입을 해보고 생각을 주고받는 연습을 해보는 것입니다. 꼭 주인공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면 친구 관계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