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좋은 취지가 낳은 심각한 문제들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요즘 중학교 3학년 학부모들을 뵈면 가장 큰 고민이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문제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떻게 하다가 학부모회 임원, 학운위 위원님들과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명목상 친교의 시간을 위함이었지만 진로진학에 대한 고민을 서로 나누는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 자리는 제가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과 학부모회 임원을 모두 하고 있다 보니 추진하게 되었죠. 다 같이 모였을 때 선배 엄마들의 말씀을 들으니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고교학점제에 대한 내용이 그러했죠.




올해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처음엔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니, 꽤 괜찮은 제도로 보였습니다. 우리 때처럼 문과, 이과로 획일적으로 나누어 배우는 방식보다 훨씬 유연하고 개별화된 교육이 가능해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고교학점제로 인해 고등학교 1학년들이 겪고 있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1학년 때 2, 3학년 때 들을 심화과목을 모두 신청하라고 하는 데서부터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미달되면 폐강이고 신청이 되더라도 한 강의당 30명 내외입니다. 1등급이 10%이니 최소 3등 안에 들어야 1등급을 받습니다.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어도 경쟁이 완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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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최근 나온 기사를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국 193개 고등학교가 사교육 업체에 입시 컨설팅이나 강연을 맡겨서 올해만 총 11억 7천만 원을 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는 전교생이 200명인데 대치동 유명 학원에 1억 원을 주고 컨설팅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고교학점제로 업무가 과중해졌고 이런 식으로 외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됨으로써 이미 신뢰를 잃은 공교육이 점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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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학교에서의 진로진학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 공립학교는 담당 선생님이 고3 수험생에게 세부특기사항을 "네가 원하는 대로 적어줄 테니 직접 알아서 써오라"라고까지 했다고 하니 요즘 학교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충분히 짐작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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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좋은 취지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하지만 선택의 자유는 굉장히 폭이 좁을뿐더러, 그 선택에 대한 책임과 부담도 따라왔습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대학 입시에 유리할지, 내 진로에 정말 도움이 될지, 이런 고민들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졌습니다.


문제는 고등학교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교사들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느라 바쁘고, 최저성취보장제 때문에 업무 부담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진로를 세심하게 상담해 줄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학교들은 외부 사교육 업체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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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이러니합니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으니까요.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교육의 현실입니다.


물론 고교학점제 자체가 나쁜 제도는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고,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하려는 목표는 분명 옳습니다. 하지만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교육당국은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 진로 상담 시스템 구축, 학교 간 격차 해소 등 선행되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그래서 성향이 다른 교원단체들도 하나로 입을 모아 고교학점제 폐지를 주장하기에 이르고 있죠.




신임 교육부 장관은 "학교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폐지 대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이 있기에 성급한 변화는 지양해야겠지만 이번 경우는 잘못된 결정에 대한 빠른 판단과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순간에도 모든 부담이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개선안이 나올 때까지는 우리 아이들이 계속 혼란 속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비싼 컨설팅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정보 부족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테니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죠.


빠른 시일 내에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정보 제공이 필요합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지, 대학 입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기본적인 정보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고교학점제가 성공하려면 사교육 의존이 아니라, 공교육 시스템 자체가 학생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꿈을 찾고 키워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일, 그것이 고교학점제의 진짜 목표여야 합니다.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책이 하루빨리 나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 줄 요약 : 아무리 좋더라도 최초의 취지가 훼손된 제도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근본적인 개선이 빠르게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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