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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어려워지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주 저는 성동광진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하반기 연수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로 4년 차이자 심의위원 마지막 해입니다. 연수 또한 마지막이기에 시간을 내서 참여했죠.


이번 총회는 평소와는 달리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예전에는 300석 규모의 대강당이나 외부에서 장소를 빌려 강연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번에는 그리 넓지 않은 회의실에 옹기종기 팀별로 모여서 진행을 해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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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인가 궁금했는데 금세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심의를 마친 뒤 조치 결과를 도출하는 실습을 각 소위원회 별로 시연해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말을 무슨 이야기인지 설명드리기 위해서는 학폭위 심의 방식을 설명드려야 하는데요.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개최되면 이런 순서를 거치게 됩니다.


1. 집합

2. 심의자료 검토

3. 간사 사안 보고

4. 피해학생 측 심의

5. 가해학생 측 심의

6. 목격학생 측 심의(있을 경우)

7. 변호사 측 입장 청취(선임된 경우)

8. 심의 결과 논의(피해학생 보호 조치, 가해학생 선도 조치)

9. 심의 종료


심의를 하면 보통 4, 5번 순서에 한해서 녹취를 해놓습니다. 심의 과정이나 결과에 논란이 생길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피해학생 측이든 가해학생 측이든 심의를 위한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경우도 있기도 하고 조치 결과에 불복해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 녹취는 필수적입니다(※ 녹취는 심의위원회에서 마이크를 이용한 시스템으로 진행하기에 개인적인 녹취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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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학기 때부터 진행하는 심의에서는 8번 절차인 심의를 마친 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결과를 결정하고 그 이유를 정하는 과정도 녹취를 하도록 바뀌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가해자에게 학교봉사의 조치 결과를 준다면 각 항목당 그 이유까지 녹취를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어떤 심의에서 조치 결과를 논의하는 중에

심각성을 2점으로 주기로 했다면 왜 2점이고

고의성이 1점이라면 왜 1점인지

그 논의 과정까지도 녹취를 하겠다고 하니 자유롭게 이야기하던 방식에 제약이 많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결정에 대해 논의한 내용은 문서로 남겨지는데 녹취로까지 남겨야 하냐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죠.




그래서 이번 총회는 그 과정에 대한 연습을 해보자는 취지로 진행되었던 모양입니다. 결과적으로는 하반기부터는 심의를 하기가 더 부담스럽고 까다로워졌다는 게 다른 위원님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가끔은 이 논의 과정에서 의견이 다를 때도 있고 격렬하게 토론을 할 때도 있거든요. 이제 이 영역까지 녹취가 이루어진다면 그렇게 하기 어려워지니, 오히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려워질 수도 있지 않겠나 싶은 걱정도 듭니다. 우스갯소리로 이제 말을 줄여야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위원님도 계셨으니까요.


결국 악법도 법이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니 적응을 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정책결정자들이 그렇게 정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원래 어려웠지만 더 어려워진 학교폭력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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