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최근 저녁 시간에 한강 쪽으로 산책을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날씨가 선선해져서 걷기가 참 좋은 시기가 되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한강으로 들어서자마자 저녁시간임에도 수많은 인파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자전거는 물론 달리기 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았던 데다 그분들을 피하면서 다니다 보니 금세 집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어 지더군요.
그런데 이런 불편함은 저만 느낀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공원에 걸린 안내문 하나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웃옷 벗기 NO' '박수·함성 NO' '무리 지어 달리기 NO' '비켜요, 비켜 NO'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었죠. 러닝 크루를 겨냥한 이 안내문은 SNS에서 30만 회 이상 공유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러닝 크루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내 운동이 제한되면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여의도공원을 비롯해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 송파구 석촌호수 산책로 등이 인기 장소로 떠올랐죠. 처음에는 소규모 위주였던 러닝 크루 인원이 점차 20~30명까지 늘어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지점들을 살펴보면 이해가 됩니다. 크루 멤버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달려 보기에 민망하다는 점, 통행에 방해가 될 만큼 무리 지어 다닌다는 점, 그리고 "비켜요, 비켜"라며 다른 이용자들을 밀어내듯 지나간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자전거 동호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 자전거 동호회들이 도로를 점령하며 다니는 모습은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죠.
일부 자전거 동호회는 마치 자동차처럼 도로 한가운데를 점유하거나 떼를 지어 도로를 점령하면서 자동차 통행을 방해하고 교통 혼잡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가 주행해야 할 1차로를 점유하거나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자동차들 사이로 무리하게 끼어드는 행위는 주변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리고 예기치 못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한강과 같은 자전거 전용도로에서의 행태입니다. 이들은 '기수'라고 하여 대열 앞에서 시야 확보나 구호 등을 담당하는 선도 주행자를 두어서 2열로 주행하는데, 문제는 강변 자전거도로 자체가 2차선이라는 점입니다. 즉, 중앙선을 넘어 자전거 도로 전체를 점거하고 다니는 셈이죠. 앞에서 달리고 있거나 마주 오는 다른 이용자들에게는 "비켜 달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 각 지자체들도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용규칙을 만들거나 현수막을 걸어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강제성이 없죠.
흥미로운 점은 자전거의 경우 도로교통법상 명확한 규제 대상이기에 단체 라이딩 중 집단으로 도로를 점유하며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행위는 '공동 위험 행위'나 '교통 방해' 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죠.
도로교통법 제46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동 위험행위'란 2인 이상인 자동차 등의 운전자가 공동으로 2대 이상의 자동차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앞뒤로 또는 좌우로 줄지어 통행하면서 각종 법규를 위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저는 평소 자전거를 혼자 조용히 타고 다니는 편인데 이런 모습들을 보면 신기하다 싶다가도 눈살을 찌푸리게 될 때도 제법 됩니다.
물론 함께 운동하는 자체는 정말 좋은 일입니다. 혼자서는 지속하기 어려운 운동을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꾸준히 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며 건강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활동이 제한되었던 시기에 야외에서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런 좋은 취지의 활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점점 이루어지며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공장소는 모든 시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내가 즐거우면 다른 사람이 불편해도 괜찮다는 식의 사고는 곤란하죠.
특히 "비켜요, 비켜"라고 외치며 다른 이용자들을 밀어내듯 지나가는 행태는 정말 문제가 됩니다. 공원이나 산책로는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간인데, 일부 러너들이 마치 자신들만의 전용 공간인 양 행동하는 모습은 다른 이용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사실 아주 조금만 더 배려심을 발휘하면 이런 문제들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말이죠.
자전거 동호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규모 라이딩을 할 때는 사전에 관할 경찰서와 상의해서 최적의 경로를 찾거나, 인원을 분할해서 이동하거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는 다른 이용자들을 배려하는 속도로 주행하는 방법 등이 필요합니다.
결국 함께 운동하는 즐거움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겠죠. 건강한 운동 문화가 정착되려면 이런 기본적인 시민 의식도 함께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통해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즐거워지는 일은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함께 키울 수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활동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