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학부모로서 학교의 일을 맡게 되면 제법 시간이 많이 들어갑니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으니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때문이죠. 저는 현재 학부모회 활동을 비롯해 학교운영위원회도 참여하고 있다 보니 더 그런 일이 잦죠.
학기 초인 3~4월은 행사나 회의, 소위원회가 원체 많아서 가장 바쁜 시즌이지만 의외로 10월에도 행사가 많았습니다. 추석 연휴가 있었음에도 나흘이나 시간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중 하나가 바로 서울교육청에서 주관하고 성동·광진 지역 학부모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서울교육 플러스 학부모공론장>이었습니다. 학교 대표로 최소 한 명이 참석해야 하는데 학부모회장님이 같이 갈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셔서 가겠노라고 답을 드렸죠.
사전에 세 가지 주제 중 어떤 주제로 참여하겠느냐고 문자가 왔는데 저는 '고교학점제'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주제였기 때문이었죠. 아침에 출발해서 현장에 도착해 보니 꽤 많은 분들이 와 계셨습니다.
배정받은 8조 자리를 찾아가니 책자와 기념품, 과일박스가 놓여 있더군요. 옆에 계신 분들과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눈 뒤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행사는 일반적인 강연의 형태라기보다는 굳이 말하자면 토의 형식의 행사였습니다. 7명의 학부모에 1명의 퍼실리테이터로 8명이 한 조가 되고 15개로 조를 나눠서 토의를 하는 방식이었죠.
처음에는 다 어색해하시더니 막상 대표 의제인 <AI 시대, 학생의 디지털 기기 사용 범위와 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무리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입에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8조는 고교학점제를 의제로 선택한 학부모들이셨는데 다들 중학교 3학년 학부모들이셔서 이 주제는 그야말로 좋은 먹잇감이었습니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심지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거세게 일어날 정도입니다. 그러니 학부모들의 불만과 걱정 역시 산더미처럼 쌓여서 할 말도 많으실 수밖에 없었죠.
다른 주제였던 사교육비 경감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지만 제 몸은 하나였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퍼실리테이터님의 주도로 토의를 하는 동안 흐름이 딴 데로 새는 걸 막을 수 있었습니다. 유의미한 제안들을 포함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법 현실성이 있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ㅇ 전체 과목수 조정
ㅇ 선택과목 신청 시기의 문제점
ㅇ 고교학점제 홍보 강화
ㅇ 고등학교 진로진학부 보강
ㅇ 공유 캠퍼스 부족한 점 보완
그렇게 의견 취합이 마무리될 때쯤 15개 조 중에서 발표할 조를 세 팀만 뽑는다는 공지가 있었습니다. 제가 토의에서 의견을 제일 많이 냈기에 퍼실리테이터님이 혹시 해보실 생각이 없냐고 권하시더군요. 잠시 고민하다가 제가 해보겠노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선착순 배정이라 늦게 손을 들어서인지 기회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딱히 아쉽지는 않았지만 발표를 서로 하겠다고 하는 상황은 흔치 않았던지라 신선하기는 했습니다.
궁금한 점을 묻지 못하고 돌아가나 싶었는데 교육감님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전광석화처럼 손을 들어서 기회를 얻어내고 말았죠. 매번 그렇듯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질의응답은 단 두 명에게만 주어졌는데 잽싸게 손을 든 덕분에 제가 얻어낸 겁니다.
같은 조 어머님들이 일반 고등학교 배정 방식에 대해 궁금해하셔서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대표로 여쭤보고 우리 지역 고등학교의 과학중점학교 추가 지정에 관해서도 질의를 드렸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서 명확한 답변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답변이 부족하다고 여기셨는지 교육청에서 제 연락처를 받아 가셨고 담당부서에서 따로 연락을 해서 답변을 해주시더군요.
돌아보니 올해만 해도 5월부터 교육감님을 각종 행사에서 네 번이나 뵈었는데 그때마다 질문을 하고 말할 기회를 얻었으니 이 또한 흔치 않은 기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현장은 학생, 교원, 학부모의 삼위일체가 되어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중학교만 되어도 학부모님들의 참여는 눈에 띄게 줄어드니까요. 이번 경험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공론장은 학부모들이 단순히 불만만 토로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교육현장이 학부모들의 건전한 의견을 수렴해 가며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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