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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도전한 305:1 대학교 논술시험은 어떠했는가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지난 토요일 난생처음으로 대학교 논술전형을 치렀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인 한양대에서 말이죠.


접수를 한 뒤 날짜가 점점 다가오자 부담이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따로 제대로 된 준비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요. 취소를 할까 몇 번이나 고민했지만 그래도 중도 하차는 제 성격에 맞지 않기에 시험을 치르러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지원한 학과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였습니다. 한양대의 논술전형 중에서도 305: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차지한 곳이었죠. 5명을 뽑는데 약 1,500명이 시험을 치르러 온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면 바늘구멍을 넘어서 머리카락 크기보다 작은 구멍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정을 확인하고 제가 몇 시에 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지도 체크했습니다. 하루에 세 번, 총 이틀간 치르는 논술전형에서 저는 토요일 마지막 타임이었습니다. 인문 1, 인문 2로 나뉘어 있어서 헷갈릴 수도 있겠더군요.




2호선 한양대역에서 내린 뒤 이정표를 보면서 천천히 제가 가야 할 고사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많은 학생들이 여러 군데에 나눠서 시험을 치르다 보니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이미 한양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공부를 하면서 자주 왔음에도 찾기가 힘들더군요.


다행히 안내해 주는 대학생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어서 도움을 받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길에는 수능시계(아날로그형)를 파시는 할머니들이 정말 눈에 많이 띄더군요. 온라인에서는 7천 원 정도면 사는데 여기서는 15,000원에 팝니다. 그리고 그 시계를 사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제가 시험을 치를 건물까지는 발견했습니다. 35 고사장이었죠. 15개가 넘는 고사장 중에 제가 시험을 치르는 건물을 찾는 데도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놀랐습니다. 입구에서는 따로 출입을 통제하시는 분이 계셨고 수험표를 확인한 뒤에야 들여보내줬습니다.


그리고 시험에서 쓸 수 있는 소중한 기념품도 챙겨줬죠. 생각해 보니 이런 굿즈도 학교별로 모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시험장은 50명은 족히 들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눈대중으로 살펴보니 스무 명 정도만 입실해서 시험을 치르는 듯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논술시험장에는 시계가 칠판에 떡하니 배치되어 있더군요. 시계를 산 학생 생각이 났습니다.


4시 반에 입실을 마치고 신분증 확인, 화장실 다녀오기, 주의사항 전파, 답안지 배부, 문제지 배부까지 마쳤습니다.

(※ 참고로 시험이 끝난 뒤 찍은 사진입니다.)




논술전형은 시험지, 연습지, 답안지 이렇게 세 가지의 종이를 나눠줍니다. 문제지는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주어진 제시문을 참고해서 글을 구성한 뒤 답안지에 90분 내에 옮겨 적는 방식이죠. 규정에 따르면 100점 만점인데 띄어쓰기 하나만 틀려도 감점이 있다고 하니 제법 큰 압박이었습니다. 원고지 사용법에 대한 훈련을 평소에 할 수 있을 리 만무했으니까요.


저는 시험지를 펼친 뒤 15분 정도 고민을 하며 어떻게 쓸지 간단하게 정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냥 바로 연습지를 쓰지 않고 적어버렸습니다. 올해 인문논술 주제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사회적 통념,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부분이어서 재미있게 마무리했죠.


답안지를 딱 두 칸 남겨놓고 다 적고 나니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분량에 대한 감각은 제법 길렀다고 생각했는데 그 덕을 제법 본 모양입니다.




남은 45분 동안에는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수험표 뒷면에 다음 주에 쓸 글감들에 대해 쓰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습니다. 생애 첫 논술고사를 큰 부담 없이 잘 마무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건물 밖에 나왔는데 앞에 펼쳐진 광경들을 보자마자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수많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자녀들이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 펼쳐져 있어서였죠. 저의 5년 뒤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 들어올 때까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나는 대로 쓰고 돌아가면 된다 싶었지만 잠깐이나마 수험생 모드여서 그랬는지 나오니까 제법 힘이 부치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겠죠. 곧장 집으로 돌아와서 널브러져 쉬었습니다.


혹시 너무 글을 잘 써서 합격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말씀드립니다. 저는 필수제출자료인 고등학교 학생부를 입학처에 제출하지 않았기에 아무리 잘 썼다고 해도 무조건 탈락입니다. 그리고 냉정히 봐도 손쉽게 합격할 수준의 글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웠고요.


시험에 붙으면 한양대 다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되었다고 보셔도 되겠죠?


그럼에도 시간과 돈을 들여서 도전해 보니 지금 시점에서의 논술전형은 웬만해서는 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소소한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제 글쓰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말이죠.


한 줄 요약 : 경쟁률 약 305:1의 한양대 논술전형을 직접 경험하며 느낀 대한민국 입시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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