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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26. 2022

자가진단키트와의 전쟁

이제 더 필요한 사람이 없어요.


어젯밤에 재미난 꿈을 꾸었습니다.


 깊고 깊은 산속. 나무꾼은 자신이 쓸 자가진단키트 지퍼백을 손에 꽉 쥐부지런히 산을 넘던 중에 호수 앞에 멈춰 섭니다. 잠시 쉬고 있던 그는 실수로 호수에 그 중요한 자가진단키트를 빠뜨리고 니다. 실의에 빠진 나무꾼은 차오르는 눈물을 견뎌내며 깊어 보이는 호수를 하염없이 바라만 봅니다.

 그때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자욱한 연기가 일어나더니 하얀 헤어밴드를 하고 흰 한복으로 깔맞춤을 하신 산신령님이 나타납니다.


산신령 : 이 야심한 밤에 어찌 그리 구슬피 울고 있고 있는 것이냐?

나무꾼 : 흑흑, 산신령님. 제가 써야 할 자진단키트를 실수로 호수에 빠뜨리고 말았사옵니다.

산신령 : 어허, 가엾은 지고.. 그렇다면 혹시 이 키트가 니 키트냐?~

나무꾼 : 아닙니다. 제 키트는 코에 넣는 면봉의 길이가 조금 더 짧사옵니다.

산신령 : 그렇다면 이 키트가 네 키트냐?~~

나무꾼 : 맞습니다!! 그 키트가 바로 가 잃어버린 키트이옵니다.

산신령 : 오.. 기특한지고.. 정직한 너에게 내가 상을 주겠노라. 이 키트는 너희 팀이 쓸 키트이니라. 내가 너에게 상으로 줄 터이니 가져가서 쓰도록 하여라~

출처 : 키즈현대


나무꾼 : 아니 어찌 이렇게 많은 키트를 주시옵니까? 산신령님, 저는 이렇게까지 많이 필요하지 않사옵니다.

산신령 : 괜찮느니라. 이제 너희 팀에는 진단키트가 필요한 사람이 없느니라~





 주 전부터 사무실에서는 월요일 출근하기 전에 반드시 자진단을 하고 오라는 내부지침이 내려졌습니다. 그래서 금요일에 무실의 서무업무 담당자하나씩 개인적으로 배부를 해줍니다.

 

 그런데 난 금요일에 서무담당 직원이 제게 농담으로 진단키트를 몇 개 더 넉넉하게 챙겨가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생각해보니 현재 자가진단키트가 필요한 사무실 직원이 세 명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무실의 자가진단키트는 17명의 부서원들이 매주 사용해야 하고 확진자가 발생하는 급한 상황에서 비정기적으로도  필했기에 양을 넉넉하게 챙겨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보름 사이에 9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이건 아마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덕에 자가진단키트는 갈 곳 잃은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런 상황이야말로 웃프다고 할 수 있겠지요.



 문득 예전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의 기억이 났습니다. 초창기에 품귀 사태가 빚어질 때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 약국 앞에서 꽤 긴 줄을 몇 번씩 썼거든요. 아마 그런 경험이 없으신 분은 안 계실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랍장이나 붙박이장에 마스크가 상당히 넉넉히 차 있습니다.  

재작년 이맘때쯤 마스크 구매를 하기 위한 대기행렬 (출처 : https://amp.seoul.co.kr/m/20200303500021)

 

 자가진단키트도 방역정책이 바뀌었던 초창기에는 상당히 구하기 힘들었던 적이 있었죠. 저도 약국 몇 군데를 돌다가 어렵사리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사람들과 우스갯소리로 자가진단키트 주식을 사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또 상황이 많이 바뀐듯한 느낌입니다. 이렇게 넉넉하게 남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며칠 사이에 들려오는 지인들과 친척들의 확진 소식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네요. 아무튼 다녀오신 분들은 후유증이 길어지지 않도록 건강 관리 잘하시고 저처럼 못 다녀오신 분들은 일주일간 투옥되지 않도록 더 조심하는 주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참고로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는 원작이 우리나라가 아니라고 하네요~


#금도끼은도끼 #이솝우화 #미확진자 #자가진단키트 #확진자폭증 #마스크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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