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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28. 2022

올챙이와의 전쟁

내가 이제 너까지 키워야겠니?


 얼마 전 우리 집에는 새로운 식구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올챙이들입니다. 물만 잘 주면 된다는 식물도 제대로 키우기 어려웠던 집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https://brunch.co.kr/@wonjue/101


 때는 바야흐로 2주 전 주말이었습니다.

 그날 계속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했던 우리 가족은 다 함께 동네 뒷산 인 아차산으로 트래킹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장비를 챙겨가서 쓰레기 줍기를 하자고 말을 꺼냈더니 이번에는 그냥 가고 다음에 하자는 군요. 그날은 재미있었다고 하더니 사실은 자기들도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다음에 다시 설득해봐야겠네요.


 https://brunch.co.kr/@wonjue/160


아차산 입구


 입구에 도착한 뒤에 평소 다니던 산행로가 아닌 계곡 쪽으로 바로 갔습니다. 아차산으로 올라가다가 샛길로 들어가다 보면 조그만 규모의 숨겨진 계곡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이 여기를 엄청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따뜻한 계절에는 가재와 개구리, 도롱뇽, 고둥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보기 쉽지 않은 살아있는 생태계 체험장이나 다름없는 곳인 셈이죠.

쭈그리고 돌멩이를 들추는 개구쟁이들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동안 어른도 잠시 앉아서 한숨을 돌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2호가 다급하게 저를 찾습니다. 페트병을 갖고 오라면서 말이죠. 일단 이유는 나중에 듣더라도 재빨리 움직여야만 합니다. 저는 아이들 말을 잘 듣는 편이거든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이들 손에는 뭔가 물컹물컹한 것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것은 개구리 알이었던 것이죠. 그제야 저를 왜 불렀는지 알게 됩니다. 이 개구리알을 물병으로 가지고 온 500ml 페트병에 넣어가겠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 안 했다면 열대과일인줄..

 

 솔직히 이 상황에서 어느 부모가 안 된다고 하겠습니까. 어차피 이 알들을 집으로 가지고 간다고 한들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녀석들은 어차피 부화하기 힘들 것 같은데 그냥 여기에서 살게 두는 게 좋지 않겠냐며 약간의 으름장을 놓아봅니다만 요지부동입니다. 결국 알은 아이들과 함께 먼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열흘 정도 지났을까요? 아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소리를 치는 것이 귀에 들려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올챙이들이 알에서 빠져나온 것이죠. 이렇게 강한 생명력이라니.. 정말 정말 놀라웠습니다.

놀라운 생명력의 올챙이


그런데 생명의 위대함에 대해 감탄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아이들이 다급하게 제게 요구합니다. 계곡의 물을 떠 와야 한다고 말이죠. 수돗물에서 올챙이를 키울 수 없으니 계곡에 있는 물을 떠 와서 올챙이가 있는 그릇의 물을 갈아줘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급히 계곡으로 가서 물을 떠 왔습니다. 나중에 원망을 들을 일은 말아야죠.

계곡에서 급히 공수해온 계곡수(?)


 아직까지는 올챙이 4형제들이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는데 이 험난한 곳에서 얼마나 더 잘 자라 줄지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이번에는 쉽게 죽지 않도록 잘 키우겠다는 아이들의 의지를 믿어봐야겠지요?


 그래도 이 덕분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과 정자에 관련된 설명까지 몇 가지 소소한 교육적인 효과는 건졌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아차산 #계곡 #가재 #생명의탄생

#개구리올챙이적생각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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