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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30. 2022

트림과의 전쟁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트림 : 먹은 음식이 위에서 잘 소화되지 아니하여서 생긴 가스가 입으로 복받쳐 나옴. 또는 그 가스.



 일반적으로 트림은 긍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이는 단어는 아닙니다. 상상만 해도 유쾌하지 않은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저희 집에서만큼은 그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아이들이 가끔씩 식후에 트림을 하면 저와 아내는 물개 박수를 칠 기세로 잘했다고 칭찬을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가 트림 소리를 들을 때마다 칭찬을 하고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같은 자동 반응을 보였는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러던 중 어제 그 엄청난 비밀을 아내가 풀어내고야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아이들이 어릴 때 저와 아내가 겪었던 무시무시한 트라우마 때문이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1겨울 무렵이었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3~4시간마다 유축기로 짠 모유와 분유를 쉼 없이 먹이던 바로 그 시절이죠. 그 시절의 부모란 존재는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말도 안 통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전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존재를 키우는 하인, 시종, 식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같았던 른의 삶어떠했는가 하면 두 말하면 입 아픕니다. 훨씬 좋지 않았죠. 그 시절의 쌍둥이 부모로서의  질적으로 굉장히 낮은 수준이습니다. 금까지의 제가 겪었던 삶 중에서 가장 육체적으로 피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생후 4년까지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럽지만 결코 절대로 단언컨대 맹세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시절

 

 그렇게까지 상황이 나빠지기까지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한 것은 수면 부족이었습니다. 밤에 인간은 원래 잠을 자야 합니다. 하지만 쌍둥이가 밤에 배고프다고 시간차를 두고 돌아가면서 울어대면 대책이 없습니다. 일어나서 먹여야죠. 제대로 된 수면은 언감생심이죠.  우리 부부는 잠결에 아이의 입에 젖병을 물립니다.


  생후 6개월 정도까지는 아이가 트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위가 작은 아이의 공기를 내보내면서 먹고 나서 곧바로 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되죠. 아이의 등을 쓸어주고 두드려주며 트림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 어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졸아버립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지만 손은 반사적으로 등을 쓸어내리고 등을 두드리는 것을 멈추진 않았죠. 그러다 보니 아이가 트림을 했는지 제대로 확인을 못하기 일쑤였습니다.


  아이가 토할까 봐 한 시간이 넘도록 등을 쓸어내리는 것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트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이었죠.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아이들이 가끔씩 하는 트림 소리가 그렇게 아름답고 경쾌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보지마 정들어!


 아내의 설명을 찬찬히 들으면서 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때의 힘든 기억이 순식간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던 것이죠. 이 놀라운 발견은 올해 둥이네 노벨 심리학상 수상이 확실시되는 수준의 쾌거가 아닌가 싶네요.



저는 "시간을 다시 되돌린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답을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 너무 고생을 했던 기억이 뼛속까지 남아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순금이나

소금보다

지금이 제일 가치 있는 보물인 것이죠.

 다시 안 돌아갈래!!



#신생아 #트림 #파블로프의개실험 #조건반사 #트라우마 #심리학 #야간수유 #트림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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