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저희 집에 새로운 식구가 입양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강아지 같은 반려동물이었으면 더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새로운 식구는 식물입니다.
하트 알로카시아라는 이름의 식물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하트 모양의 큰 잎을 가진 관엽식물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이 친구는공기 정화 능력이 좋아서 유해물질 제거, 미세먼지를 흡수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트 알로카시아
알고 보면 이 하트 알로카시아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된 데는 눈물 없이 듣기 힘든 사연이 있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큰 아이는 지난여름 무렵부터 월요일마다 동네 어귀에 판을 깔아놓고 다양한 종류의 화분을 판매하는 가판대를 열심히 구경하곤 했습니다. 식물에 관심이 많던 아이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자신의 용돈을 보태서 지금까지 키우던 것보다 좀 큰 화분의 식물을 집에서 키워보고 싶다며 저를 설득시켰고 일단 함께 구경을 나가게 되었죠.
꼼꼼하게 여러 종류의 식물을 구경하던 아이는 하나의 식물에 마음이 많이 갔었나 봅니다. '크루시아'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었습니다. 아이의 눈빛이 너무 간절했기에 화분 값까지 포함해 나름 꽤 거금을 들여서 새로운 식구를 들여오게 되었습니다. 정산은 물론 확실히 했고요.
그 뒤로큰 아이는 크루시아를 정성껏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달력에 물을 줘야 하는 날까지 따로 표시를 하면서까지 말이죠.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과 크루시아의 행복한 나날은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적정 생육온도가 15~30도 였던 크루시아
그런데 이 녀석이 겨울이 되면서부터 시름시름 앓는 것처럼 조금씩 잎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병이라도 걸렸나 싶어서 아이들은 이만저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과 달리 저는 물을 주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집에 들여놓았던 다육이도 아무 문제없이 잘 크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대답을 한 이면에는 제가 들기에도 무거운 큰 화분을 들고 화원으로 응급실에 가듯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알아서 잘 커주는 다육이들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열심히 볕이 드는 곳에 화분을 가져다 놓고 물을 열심히 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결국 크루시아는 입이 점점 더 노랗게 변해갔고얼어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날씨가 점점 추워지던 때 화분을 차가운 베란다에 며칠 놔두는 바람에 이런 사달이 나고 만 것이죠.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이라 온도에 민감하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 제일 큰 실책이었습니다. 식물은 물만 잘 주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저의 무지함이 낳은 참사였습니다. 거실의 자리가 좁다며 화분을 베란다에 좀 내놓자고 하며 옮겨다 놓은 것이 저였기에 가족들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동안 키우기보다 죽이기가 힘들다던 스투키도 하늘나라로 보낸 이력이 있던 제 식물과의 흑역사가 또 한 번 재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집에는 주인이 갑자기 사라진 큰 화분만 덩그러니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일은 일단 벌어졌기 때문에 을씨년스러운 상태의 화분을 자리만 차지하게 둘 수는 없었죠.
이런 사연으로 큰 마음먹고 화분을 모시고 가족들과 근교에 있는 화원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가족을 찾기 위해서 말이죠.
화원에 도착하고 난 뒤 저는 뒷전으로 밀려난 채 아이들이 열심히 고르는 장면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 사단의 제일 큰 원죄가 있던 제게는 새 식구에 대한 선택의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기나긴 시간 끝에 식물원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하트 알로카시아가 선택되었습니다. 집에서 키우기 쉬운 편이라고 말해주신 점도 선택에 가장 큰 힘을 주었습니다.
이번 식구는 좀 더 꼼꼼하게 잘 돌봐서 지금까지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을 만회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더불어 저의 무지함으로 세상을 떠난 크루시아의 명복도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