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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an 15. 2022

워라밸과의 전쟁

승진을 하는 것이 죄인가요?

 10여 년 전 제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우리 회사 CEO 셨던 김ㅇㅇ 사장님께서 이런 명언을 남기셨던 적이 있습니다.  "일(승진)과 가정 두 마리 토끼는 절대 잡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회사 내부 회의에서 하셨던 말씀이었기에 언론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회자되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 시절만 해도 가정은 좀 포기하고 일에 모든 것을 바쳐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결코 책잡힐 내용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가 교대근무라는 업무 형태를 선택하게 된 것도 아이를 돌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늦었던 아내가 복직을 한 뒤 평일에 아이를 돌볼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보다는 라이프에 무게를 둔 선택이었죠.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비교했을 때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일에 몰두하며 회사 내에서 승승장구하며 더불어 경제적인 성과까지 함께 얻는 것이 직장인으로서 최고의 가치였다면 이제는 여가생활과 자기 자신의 삶의 질과 가치를 더 생각하는 분위기가 점점 더 사회적으로 정착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러 가지로 사회적인 시선과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지만 엄마나 아빠의 육아휴직도 예전에 비해서는 조금은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에 최근 제가 교대근무를 했던 부서에서 시끌시끌한 일이 있었습니다. 대상자가 아닌 사람이 갑자기 인사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 발생한 것이죠. 알고 보니 근무자 한 명의 부인이 승진해서 경상도 지역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주말부부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야간근무를 할 때 아이를 누군가가 돌봐줄 사람이 없던 관계로 그 직원은 어쩔 수 없이 일근직으로의 부서이동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원치 않는 부서이동도 모자라 아빠가 평일 동안 이번에 1학년이 될 8살 쌍둥이 둘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 속에서 승진을 꼭 선택했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부분은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제삼자가 함부로 가치판단을 할 수는 없습니다. 어리거나 사회초년생 일 때는 잘 모르지만 나이가 조금씩 차기 시작하면 승진에 대한 압박이나 욕구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아마 그럴 것입니다. 인생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나 존경의 욕구는 굉장히 고차원적인 욕구이며 일종의 본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자연스러운 자아실현의 욕구를 아까 언급된 직원분의 아내께서는 선택하셨고 다만 그로 인해 워라밸이 유지하는 데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 된 것이죠.


 성인으로서 모든 것에 대한 선택은 본인의 자유의사로 가능하며 그 책임도 본인이 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결정과 판단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명의 가족 구성원이 자아실현의 욕구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족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상황이 생긴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결국 승진이라는 결정이 결국 워라밸을 해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죠.


 나이가 들어갈수록 워라밸 현황이 낮아진다는 설문 결과 역시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런 현실들도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일과 인력에 책임을 져야 하는 관리자 역할의 비율이 연령대가 올라감과 동시에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직장에서의 '승진'이라는 이름의 자아실현의 욕구는 과연 외국과 같은 사례처럼 일과 가정의 양립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양자택일의 문제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든 하루였습니다. 물론 이런 고민은 직원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도 해야 할 고민이 아닌가 싶습니다. 승진을 하지 않고자 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것은 절대 회사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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