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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07. 2022

환경미화와의 전쟁

세상에는 주워야 할 쓰레기가 너무 많다...

 지난 주말 저희 가족은 다 함께 아차산 트래킹을 했습니다. 그리 험하거나 높은 곳이 아니어서 건강을 위해서 가끔씩 다 함께 다니곤 한 곳입니다. 다만 이번 트래킹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모두들 손에 뭔가를 쥐고 있었다는 점이죠. 바로 쓰레기봉투와 집게였습니다.  



 원래 이 집게는 용도가 따로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시골에서 관리하고 계신 텃밭에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고자 샀던 것이죠. 그런데 몇 번 제대로 쓰지 못했고 점점 잊히고 있었던 차였습니다. 그러다가 산에 가려고 하는 찰나 제 머릿속에 저 집게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을 시킬 때 하는 모든 설득의 방식은 놀이처럼 하는 것이 제일 효율적입니다. 빨래 개기나 설거지, 분리수거 등등의 집안일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것 역시 재밌겠다며 저만 가져가겠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자기들이 하겠다며 집게를 집어 듭니다.


예전 학창 시절에 단체로 쓰레기 줍기나 바닥에 붙은 껌을 떼는 활동을 하고 회사에서 주변 환경미화 활동을 한 이후로는 참 오랜만에 잡아보는 쓰레기봉투입니다. 두 개의 집게는 아이들이 들고 저는 아이들의 쓰레기를 받아주는 것으로 역할이 완벽히 분담되었습니다. 물론 시쳇말로 '찍사'도 있어야겠죠? 사진사의 임무는 엄마에게 주어졌습니다.



 평소 잘 들고 다니지 않는 특이한 옷을 입거나 물건을 들고 외출을 했을 때 최초로 드는 감정은 어색함과 창피함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약간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괜히 하자 그랬나?"라는 생각도 좀 들었죠. 물론 아이 앞에서는 당연히 당당하고 침착해야 합니다.


 그냥 트래킹 하듯 걸어 올라가던 산은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리며 쓰레기를 주우면서 가다 보니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습니다.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쓰레기를 찾는 아이들을 보며 시작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아이가 이 활동에 얼마나 재미를 붙여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죠. 올라가는 동안 여기저기 던져진 쓰레기는 평소보다 더 눈에 띕니다. 펜스를 넘어가서 집어오고 싶다는 아이를 겨우 말립니다.

보도와 산의 경계에 설치된 펜스를 넘어가면 쓰레기들이 많다며 뛰어 넘어가려는 것을 겨우 말렸습니다


 두 시간 반 정도의 활동 끝에 20L짜리 종량제 봉투는 발로 꾹꾹 눌러 담아 2/3 정도가 채워졌습니다. 아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파른 곳으로 어른들을 끌고 가며 힘들게 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거기에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검은 비닐봉지가 묶여 있거나 휴지가 상당한 크기로 뭉쳐져 버려진 것이었습니다. 뭔가 그 뒤에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엄청난 것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죠. 국 이 녀석들은 저희와 함께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제설도구함에 소중히 넣어둔 쓰레기들은 그나마 양반 축에 속합니다.

도대체 저기엔 쓰레기를 어떻게 넣었을까?


 다행히 처음 시도한 '제1회 쌍토끼네 아차산 환경미화 활동'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식사시간에 결산을 하며 다음에는 각자 조그만 봉지를 가지고 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1호와 2호가 쓰레기봉투를 가진 저를 부르는 통에 제가 제일 힘이 들었거든요(다음에 또 가야 되나 고민이 되긴 합니다).

 래도 끝까지 즐겁게 열심히 해준 아이들을 칭찬해주며 기회가 될 때마다 한 번씩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다양한 경험 중에는 봉사활동의 비중이 높습니다. 물론 저처럼 유난스럽게 광고하지 않고 하는지도 모르게 묵묵히 우리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저의 이런 행동은 참 유치하기도 하고 하찮을 수도 있습니다. 이 가치를 계속 이렇게라도 언급하면서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아이들이 함께 기억하고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면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시간부족 및 저질체력으로 다 채우진 못한 쓰레기봉투.

 이렇게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조금씩이라도 부모에게서 배우는 기회를 얻게 된다면 아이는 작게는 보람을 얻게 될뿐더러 크게는 좀 더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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