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이미 축하를 해주신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저는 생일이라는 단어에 크게 연연해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요.
첫 번째는 이날은 저를 낳은 어머니께서 가장 고생을 하신 날이어서 그렇고,
두 번째는 저는 성향 자체가 생일이나 생일선물에 딱히 욕심이 없어서입니다.
나이가 들면 인정욕구가 더 강해진다고 하는데 적어도 저는 생일날에 대한 욕심은 없는 모양입니다. 기대하지도 않고 딱히 서운한 감정도 없습니다.
모두 제 맘 같지는 않은지 제 나이 또래의 어떤 사람은 생일로 집에 불을 지르려고 했다고도 하더군요. 전날 가족들이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지 않자 “무시당했다”라고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이번 생일에 가족들이 어떻게 해줄지에 대한 기대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저는 뜻하지 않게 하루 전날 자체적으로 생일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갈비찜과 잡채로 말이죠. 이는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었습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더니 공교롭게 50% 할인을 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고 집에는 모아둔 탄산음료 캔이 제법 쌓여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타이밍 상 한 번 정도 만들 때가 되었다는 뜻이죠.
갈비찜은 언제 먹을지 고민을 하다가 하루 전에 재워놓기로 합니다. 미리 1차로 핏물을 빼고 2차로는 콜라와 사이다로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뒀습니다.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 배와 양파를 갈고 거기에 간장, 올리고당, 다진 마늘 등 갖은 재료들을 섞은 뒤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핏물이 빠진 갈비와 양념장을 함께 넣어 재워놓으니 제법 그럴싸해 보이고 뭔가 푸짐한 기분이 듭니다.
갈비를 재워둔 뒤 꼬박 하루가 지나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잡채는 계획에 없었습니다. 최근에 이래저래 베풂을 해주신 소중한 이웃이 계셨기에 뭘 좀 해 드리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잡채를 선택하게 되었죠. 넉넉하게 만들면 저희도 먹을 수 있으니 그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요리를 할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점 때문이었죠.
어제는 아이와 함께 어디를 좀 다녀오느라 집에 늦게 돌아왔는데 시간을 보니 6시 10분이었습니다. 정말 촉박한 상황이었죠. 이웃께는 잡채를 드리겠다고 미리 말씀을 해놓은 데다 아내가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고, 아이들은 배가 슬슬 고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이렇게까지 시간에 쫓겨서 일을 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참 힘들었습니다.
냄비와 프라이팬, 웍을 돌아가며 쓰고 그때그때 설거지를 하고 재료나 양념들을 사용한 뒤 버리고 원래 자리에 두는 일련의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거치며 혼이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들도 제법 거들어주고 정신줄을 놓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인 덕에 시간을 크게 넘기지 않고 먼저 잡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평소에 했던 정도보다 완성도가 조금 부족한 듯해서 아쉬웠습니다. 나눔을 위해 만들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 컸죠. 그래도 약속을 어기지 않고 완성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든 갈비찜도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처음에 압력밥솥에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안 해봤던 방식으로 했다가 대형사고가 나면 큰일이기에 웍으로 양념에 재워진 갈비를 쏟아부었습니다. 당근과 무도 함께 넣어서 익히는데 처음에는 잘 익지 않는 듯해서 난감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색, 냄새, 익힘 정도가 그럴싸해졌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두 가지 음식과 함께 밑반찬을 곁들여서 저녁을 가족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생일 전야제를 하게 된 셈이었죠. 촉박한 시간 탓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고 이웃께서도 감사히 받아주셔서 좋았죠.
대학교를 다니면서 자취를 한 이후부터는 거창한 생일상을 받고 싶은 로망 없이 살았습니다. 평소에 상대방이 잘한다면 이런 날에 서운해할 필요도 없으며 실속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법 그럴싸한 음식들을 만든 덕분에 이번 생일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생일상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야말로 특별한 셀프 생일상이었죠.
뜻하지 않게 제 생일상을 셀프로 차린 셈이 되어버렸지만 먹어주는 사람들이 즐거워해주니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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