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연탄봉사인가, 보부상 체험인가?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주에 저는 1년여 만에 연탄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사고가 난 뒤 물리치료와 주사치료가 길어져서 운동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되었죠.


물론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연탄봉사가 작년에 비해 올라오는 빈도가 많이 줄었고 날짜가 맞지 않는 날도 많아서였습니다.


그동안 성북구, 서대문구, 구룡마을, 노원구에서 하느라 이동 시간에만 40분에서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성동구에서 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야간근무를 하는 날이어서 봉사를 마치고 출근하면 시간이 맞겠다 싶어서 이번에는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단 여덟 명만 모집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카톡방에 들어가는 속도가 중요했습니다. 오픈채팅 방이 열리자마자 빛의 속도로 들어가서 신청을 마쳤습니다.




연탄봉사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늘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난관이 있는 법.

이날은 여러모로 상황이 쉽지 않았습니다.


제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았고

행복이는 장염에 걸려서 집에서 자고 있었고

기온이 꽤 낮아 추운 날이어서였죠.


가장 큰 문제는 행복이였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약을 먹고 잠이 든 상태이기도 했고 가까운 거리여서 나오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남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는 구조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 알아서였죠. 특히 연탄봉사를 해보면 남자손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거리도 멀지 않아 잠깐 다녀오면 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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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에 집결을 마치자마자 앞치마와 팔토시, 장갑을 착용한 뒤 OT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신청자 여덟 명 중에서 일곱 분의 봉사자(남4, 여3)가 오셨고 한 집에만 300장을 나르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간단해 보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난관들이 또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경험치가 높았던 탓에 연탄을 쌓는 작업에 투입되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창고가 낡아서 흙먼지와 연탄가루들로 인해 엄청 공기가 좋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깜빡하고 마스크도 가져오지 않았죠. 거기에 오늘 처음 오신 분이 세 명이나 되어서 숙련된 봉사자가 부족하다는 이슈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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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을 절반 정도 쌓자 사랑의 연탄 간사님께서 감사하게도 보직을 변경해 주셨습니다. 연탄을 나르는 일로 말이죠. 그런데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하잖아요. 정말 힘든 경험을 했습니다.


원래 연탄봉사는 나를 때 두 장씩 들고 이동하는 게 보통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무로 된 지게를 가지고 오셨더군요. 총 세 개의 지게, 그리고 지게를 질 수 있는 세 명의 남자.


저도 일단 해보기로 했습니다. 한 번에 여러 개를 싣고 옮기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서였죠.


하지만 이게 웬일입니까...

여덟 개의 연탄을 지게에 싣고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데.....

누가 뒤에서 그리고 땅에서 저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진에서는 웃고 있지만 정말 죽을 맛이었죠. 어깨, 허리, 허벅지, 무릎 모두 엄청난 무게가 짓누르면서 고통이 몰려왔습니다. 다른 남자분들이 옮기시는 모습을 보면서 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최근 들어서 경험하지 못했던 극한의 고통이었죠.


연탄 하나의 무게가 3.5kg이고 여덟 개를 실었으니 28kg입니다.

거기에 지게의 무게가 2kg은 될 테니 30kg의 무게를 등에 얹고 오르막을 포함해 200m를 걸어야 하니 그야말로 행군이나 다름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마치 연탄봉사가 아닌 조선시대의 보부상 체험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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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젊은 시절이었다면 좀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여러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하니 더 죽을 맛이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잘 버텨냈습니다. 이렇게 육체적인 고통을 통해 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기도 했으니까요.


1시간 20분 정도의 작업을 모두 마치고 나니 손이 덜덜덜 떨립니다. 다리도 조금 후들거립니다. 시커먼 장갑과 손바닥을 보니 그래도 보람이 느껴지기는커녕.. 힘만 들고 온몸은 쑤시고 숨만 찼습니다. 이 소중한 봉사로 얻은 보람은 사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 되어서야 비로소 느껴지네요. 물론 며칠 동안 근육통이 남아 고생을 하기는 했습니다.


끝나면서 다른 봉사자분을 통해 전해 들었는데 참석하신 분 중에 고등학생도 계셨다고 해서 참 기특했습니다. 둥이들도 조만간 한 번 더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남을 돕는 즐거움은 물론 인생에서 공부가 제법 쉬운 축에 속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줄 겸 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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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마친 뒤에 간사님께 요즘 왜 이렇게 개인봉사가 줄어든 것 같냐고 여쭤봤더니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일단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세대가 조금씩 줄어들고 단체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되려 늘어나서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사랑의 연탄에서 보내주는 뉴스레터를 확인해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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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연탄 가격마저 오르고 있으니 연탄봉사 기회도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부지런히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 번이 목표인데 아직 다섯 번밖에 못했거든요.


물론 꼭 연탄봉사가 아니더라도 남을 도울 방법이야 얼마든지 많겠지만 이런 추세라면 4~5년 안에 '연탄봉사'라는 말조차도 희귀해질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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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이래저래 점점 힘들었던 연탄봉사활동.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 근육통과 보람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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