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 1월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 군사작전으로 체포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야권 지도자 코리나 마차도가 2025년 노벨평화상을 받을 정도로 정치는 물론 경제 상황이 혼란스러운 곳이기는 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은 전 세계를 놀랍게 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정치 상황을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보였지만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었음이 트럼프의 기자회견으로 밝혀졌습니다. 트럼프는 군사작전을 마친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석유라는 단어를 스무 번이나 넘게 사용했습니다. 독재자 제거의 명분 말고도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갈망도 숨기지 않았죠. 훌륭한 명분 뒤에 숨은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중질유입니다. 미국에서 셰일 혁명 이후로 텍사스에서 쏟아지는 질 좋은 경질유에 비해 수준이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정작 베네수엘라의 석유가 필요한 이유는 정유산업의 수익구조에 있습니다. 멕시코만 연안에 설치된 미국의 정유시설 70% 이상은 중질유 처리 전용입니다. 끈적거리고 불순물 많은 기름을 싸게 사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드는 방식이 핵심 수익모델이죠.
사실 1990년대 베네수엘라는 미국 원유 수입의 20%를 담당하던 최대 공급국이었습니다. 하지만 20년간 생산량이 급감하고 제재까지 받으면서 그 자리를 값비싼 캐나다산이 대체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습니다. 거기에 캐나다와 미국이 관세문제로 관계가 악화되고 캐나다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니 공급 불안까지 커진 상황이었죠.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 확보를 위한 작전 준비는 오랜 시간 꽤 치밀하게 준비됐습니다.
1단계는 해상 봉쇄입니다.
작년 12월 베네수엘라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유조선 나포에 나섰습니다. 중국으로 향하던 센추리스호, 이란 원유를 실은 벨라 1호 등이 차례로 붙잡혔습니다. 하루 50만 배럴 규모의 암시장 수출이 차단되면서 베네수엘라의 핵심 외화 수입원이 막혔습니다.
2단계는 저장된 원유 직접 인수입니다.
저장고와 유조선에 쌓인 3천만~5천만 배럴을 미국이 가져가서 팔고, 수익금은 트럼프가 통제하는 계좌로 들어갑니다. 더 놀라운 건 이게 일회성이 아니라 무기한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생산부터 판매, 결제, 수익 배분까지 전 과정을 미국이 관리하겠다는 겁니다.
3단계는 산업 재건입니다.
1월 9일 트럼프는 셰브런, 엑손모빌 같은 석유 메이저 CEO들을 백악관으로 불렀습니다. 20년 전 국유화로 빼앗긴 자산을 돌려주고, 망가진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복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라는 주문이었죠.
만약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미국은 북미와 남미 석유 자원에 더해 세계 1위 매장국 베네수엘라까지 손에 넣습니다. 사실상 국제 유가를 좌지우지하는 확실한 절대권력을 손에 넣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가장 긴장할 나라는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중동 국가들입니다. 미국이 생산량을 늘려 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뜨리게 되면 석유 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이 국가들의 경제는 치명타를 입게 되니까요. 그동안 에너지 안보 때문에 이들 국가의 눈치를 봐야 했던 미국은 군사력과는 다른 새로운 권력을 쥐게 되는 겁니다.
마두로 체포 이후 미국의 선택을 보면 미국의 목적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대신, 독재정권 이인자였던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혀서죠. 베네수엘라 민주화보다는 빠르게 석유 사업을 진행할 유능한 행정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델시 로드리게스는 그동안 해외 석유 기업들과 협상해 왔기에 미국 입장에서는 적임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철저히 미국 이익만 따진 냉혹한 현실주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20년간 방치된 베네수엘라 정유 설비가 어느 정도 손상됐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르기에 복구 비용이나 기간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투자회사들의 전망이 극과 극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석유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확인된 지역이니까요.
몇 년 전부터 AI 산업과 더불어 개발도상국의 발전으로 인해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력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죠. 반면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우리의 기대만큼 빠르지 않습니다.
결국 당분간은 석유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석유에 집착하고 무리를 해서 이 작전을 시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죠. 21세기에도 여전히 검은 액체를 차지하려는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참 씁쓸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과연 화석연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설움을 다시 한번 느끼며 에너지 전환의 시급함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번 작전으로 생긴 여러 국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제가 평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지도자를 가지느냐에 따라 국가의 방향은 물론 세계의 정세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또 우리를 놀라게 할지.. 그게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을지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그리고 그린란드와 쿠바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원래 내다보기 힘들지만 요즘 들어 부쩍 더 내다보기 힘든 세계정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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