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계란국이 쉬운 음식이라고 하신 분 나오십시오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아내가 제법 만만찮은 감기에 걸려서 지난 주말에 엄청나게 고생을 했습니다. 저와 행복이한테도 감기 기운이 살짝 있었지만 빨리 대처를 한 덕에 잘 눌렀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계속 힘들어했죠. 병원에서 약도 먹고 수액도 맞고 그랬으니 의료적인 부분은 뭘 더 할 게 없었습니다. 잘 쉬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뭐라도 맛있는 걸 해주면 좀 더 나아지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아침을 챙겨주기에도 힘든 상황이어서 겸사겸사 새로운 요리를 구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죠. 그때 제가 황태를 사놓았다는 사실이 기억났습니다. 언젠가 뉴스에서 황태에 단백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뒀던 거죠.




사실 저는 명태, 황태, 동태, 북어, 코다리 모두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때 회사 구내식당에서 코다리가 너무 자주 나와서 질릴 정도로 먹어서였죠. 2014년 이후로는 제 돈 주고 사 먹은 기억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백질이 이 정도로 들어가 있는 데다 사람 하나를 살려야 하니 고민을 하다가 황태계란국을 골랐습니다.


레시피를 검색해 보니 꽤 쉬운 요리처럼 나오더군요. 사실 국요리의 마법의 재료인 '한 알짜리 육수'와 '참치액'이 제 손에 들어온 이후부터 국요리는 제게 제법 수월해진 요리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황태계란국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음먹은 김에 해보자 싶어서 부랴부랴 재료준비를 했습니다. 그것도 밤 10시 반에 갑작스럽게 말이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음날 제가 7시에는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재료를 펼쳐놓고 보니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아 정말 간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잽싸게 육수를 불에 올려놓고 황태를 뜯어서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었던 황태국의 황태들은 이렇게 두껍지 않았는데 말이죠.




아뿔싸.. 이걸 하나하나 찢어야 했던 모양입니다.

분명히 레시피에도

"간단한"

"쉬운"

"손쉽게"라는 수식어가 있었는데 말이죠.


제가 산 황태는 제법 두꺼운 상태였기에 그대로 국에 넣기에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자리에 앉아서 결대로 하나씩 찢기 시작했습니다. 오밤중에 황태를 찢고 있는 제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가족들이 맛있게 먹으면 이 고생이 더 기쁘지 않을까 싶어서 묵묵히 찢고 또 찢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찢은 황태를 냄비에 넣고 다시 끓이기 시작합니다. 다음에 무도 넣고 마지막에는 두부까지도 넣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다른 재료였던 계란과 파는 잠시 아껴뒀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냄비에 불을 올린 뒤 두 재료를 넣었습니다. 아내에게 인계를 하고 출근했습니다. 두 가지 재료는 너무 미리 넣으면 맛이 없을까 걱정이 되어서였죠. 그렇게 뜬금없이 진행했던 메뉴인 황태계란국은 아침에서야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내가 출근하기 전에 먹고 아이들도 아침에 일어나서 스스로 챙겨 먹었다고 합니다. 제가 퇴근하고 나서 저녁에 열어보니 반 넘게 줄어있었습니다. 저도 한 끼를 먹었는데 아이들도 또 달라고 해서 먹고 나니 금세 냄비는 바닥을 보였습니다. 보통 국을 끓이면 아주 약간은 남겨서 버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처음으로 만 하루 만에 완판 되었죠.


예전에 게살수프를 성공하지 못함으로 인해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만 다음에 끓일 때는 미리 아이들과 함께 황태를 찢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대 귀찮아서가 아니라 함께 정성을 들이면 국이 더 맛있을 테니까요. ^^


한 줄 요약 : 제법 맛있었던 황태계란국. 추운 날씨에 감기환자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꽤 괜찮은 선택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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