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에 가기 위해 아이들이 다니는 곳, '송아지 학원'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며칠 전 지인과 사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처음 듣는 말을 접했습니다.


일명 송아지 학원.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물었더니 황소 학원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이 그 준비를 위해 다니는 학원을 그렇게 부른다고 하더군요. 황소는 대치동에서 시작한 심화의 정점에 있는 수학 전문 학원 '생각하는황소'를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2005년에 문을 열어 지금은 직영점 5개에 가맹점만 75개가 넘었죠.




매년 11월과 2월, 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입학시험을 언젠가부터 황소고시라고 부릅니다. 초등학생 입시인데 고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올해 입학시험에는 전국에서 무려 9,657명이 응시했다고 하는데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19.5점이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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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의 방식은 독특합니다. 풀이도 힌트도 없이 문제를 혼자 해결할 때까지 집에 보내지 않는 운영 방식으로 이름이 알려졌죠. 학부모는 학원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다 음식을 배달로 들여보내는 게 전부라고 합니다. 보통 초3 말에는 중학교 과정, 초5에는 고1 과정인 공통수학을 시작합니다. 자기 학년보다 최대 5년이나 선행을 하는 셈이죠. KBS 추적 60분이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 편에서 이러한 현실을 다루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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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방송이 나가면 실태를 많은 분들이 알게 되셔서 인기가 좀 식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학원이 더 알려져서 문전성시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방송이 끝난 이후 담당 프로듀서는 이달의 PD 상까지 수상할 만큼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이 있었는데 말이죠.


문제는 황소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을 향해 사교육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황소 근처에는 황소 입학을 준비시켜 주는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황소를 목표로 만들어진 그 학원들을 일컬어 송아지 학원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죠. 황소라는 브랜드 하나가 그 아래 위성처럼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키워나가는 구조입니다.




이미 한 매체에서는 어느 학원을 다니느냐가 아이들 사이에서 '첫 명함이자 성적표'가 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다니는 학원으로 아이의 실력과 위치를 가늠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죠. 우리나라의 학생 수는 오히려 점점 줄고 있지만 연간 사교육비는 2024년 기준, 29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아이는 적어지는데 돈은 더 많이 들어가고 있는 구조입니다.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이 아이의 공부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반복되는 시험과 벌점, 자습실에서의 긴 대기 속에서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죠.


황소 설립자 이정헌 대표 스스로도 인터뷰에서 "생각하는황소는 모든 학생에게 잘 맞는 학원이 절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대표는 같은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빨라지는 선행 속도에 대해 본인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황소를 쫓아가는 시장은 황소가 아닌 아이들에게까지 그 압력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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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이 필요한 경우는 분명 있습니다. 공교육에서 채우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아이의 속도에 맞게 학습을 조율하는 역할은 분명히 있죠.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풍경은 그 경계를 훨씬 넘어선 듯합니다. 어느 학원에 다니느냐가 아이의 첫 명함이 되고, 들어가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의 마음에 상처로 남는 구조는 교육이 아니라 계층 나누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입시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중3 쌍둥이를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아이가 공부를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조금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일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즐거움이 먼저여야 집중도 따라오고 실력도 자란다고 믿기 때문이죠.


황소에 들어가느냐 못 들어가느냐보다 훨씬 더 오래가는 자산입니다. 송아지 학원이라는 말을 들은 날 저녁, 공부정서가 망가질 수도 있는 환경에 놓여 있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더군요. 그리고 제 자신은 어떠한지 한 번 돌아보는 시간도 함께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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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황소 학원 하나가 만들어낸 사교육 생태계, 아이의 공부정서보다 학원 서열이 먼저인 현실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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