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 4월 8일 오전,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두 살짜리 수컷 회색늑대가 사파리 철조망 아래 땅을 파고 탈출했습니다. 이름은 늑구. 이후 9일 동안 온 나라가 이 늑대 한 마리에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그런데 왜 늑대가 동물원에 있을까요? 늑구는 2024년 1월 대전 오월드에서 태어난 수컷 한국늑대입니다. 오월드는 2008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늑대의 3세대 후손을 한국늑대로 표기하며 복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었고, 늑구는 그 사업의 일환으로 태어난 개체였습니다. 야생에서 사라진 한국늑대를 되살리겠다는 명목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복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늑구가 태어나 자란 곳은 야생이 아니라 콘크리트 우리였습니다. 늑대는 하루 활동반경이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영역 동물입니다. 무리를 지어 살고 넓은 숲을 달려야 하는 동물이 콘크리트 우리 안에서 규칙적인 발걸음의 숫자를 세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오월드 사육 환경을 모니터링한 결과 일부 동물들의 정형행동이 확인됐습니다. 정형행동은 좁은 공간에 갇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이 의미 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증상입니다. 탈출은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죠.
탈출은 했지만 생포하기까지는 9일이나 걸렸죠. 그렇게 걸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포획 성공 가능성의 골든타임인 24~48시간 동안 허위 제보와 AI 합성 가짜 사진이 수색에 난항을 초래했습니다. 경찰기동대와 특공대원 71명이 가짜 사진 속 장소로 집중 배치되면서 실제 수색 작업은 심각한 차질을 빚었고 대전시는 허위 정보에 기반한 재난문자까지 시민에게 발송하며 혼선이 커졌죠.
이 가짜 사진을 만든 40대 A씨는 경찰에 검거된 뒤 "재미로 그랬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라고 합니다. 재미로 친 장난이 가져온 후폭풍은 컸죠. 늑구의 포획이 늦어질수록 로드킬 위험이 높아지고, 250명의 수색 인력이 본연의 임무에서 멀어지고, 주변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죠.
온라인에서는 늑구가 토크쇼에 출연한 것처럼 합성한 이미지가 확산됐고 SNS에는 늑구를 보러 갈 파티원을 구한다는 게시물까지 등장했습니다. 어떤 이는 늑구빵을 출시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로 만들어서 판매되기까지 했죠.
밈이 되고 콘텐츠가 되고 관광 상품이 되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이 늑구에게 열광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이 됩니다. 탈출이라는 행위가 주는 통쾌함, 작은 생명이 버텨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응원의 감정. 그 마음 자체는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탈출의 원인이 된 열악한 환경과 동물의 스트레스보다 밈 만들기에 더 열심인 분위기는 뭔가 비껴간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들었습니다. 동물원의 순기능은 분명히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의 보호와 번식, 시민들의 생태 교육, 야생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동물들의 보호처 역할이 그렇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116개 동물원을 대상으로 동물복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 기준 70점 이상을 받은 곳은 4곳에 불과했고 50점도 못 받은 곳이 50곳에 달했다는 점입니다. 2023년 12월부터 강화된 허가제가 도입됐지만 기존 동물원들에게 5년 유예기간이 부여되면서 현재 전국 121개 동물원 중 허가제로 전환된 곳은 10개소에 불과합니다. 법은 바뀌었지만 현실은 거의 그대로인 셈입니다.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를 만든 2살짜리 늑구에게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우리 주위의 동물원 안에 있는 다른 동물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인 거죠.
2023년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국내 동물원(약 28개소)의 총 동물 수는 약 1만 723마리라고 합니다. 현재는 더 늘어나 2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죠.
쌍둥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저희 가족은 어린이대공원을 자주 갔습니다. 그렇게 동물원을 찾을 때마다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즐거워했지만 한편으로 불편하게 느껴졌던 지점도 있었습니다. "저 동물은 지금 행복할까?"라는 생각은 늘 들어서였죠. 공간이 말도 안 되게 넓었던 외국 동물원을 다녀온 뒤에는 그런 생각이 더 늘었습니다.
늑구가 헤매고 다녔던 9일이 그 질문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던진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이제 식료품에는 동물복지 인증이 붙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작 동물원의 동물들은 그 복지 바깥에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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