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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과의 전쟁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과일(과채)
by
페르세우스
May 17. 2022
저는 좋아하는 과일에 대한 기준이 명확합니다. 일단 먹기가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보관은 용이하며 가격도 합리적인 종류들을 선호합니다.
주로 사과나 감귤류죠.
이러한 제 까다로운 조건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과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수박입니다. 일단 사서 들고 오는 것부터 힘이 들며 가격은 생각보다 높고 자르기도 쉽지 않은 데다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생깁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수박이라는 사실입니다.
여
름에 수박 타령을 하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황당한 것은 겨울에도 수박이 먹고 싶다는 소리를 할 정도로 아이들의 수박 사랑은 매우 진지합니다.
게다가 1호는 한때 수박의 빨간 부분을 포함해 오이 같은 하얀 부분까지 깨끗하게 파먹을 정도였으니까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사랑해마지않는 수박이 예년보다 빠르게 5월부터 본격적으로 마트의 매대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제 상식에서 수박은 여름과일이거늘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었습니다. 도대체 누구한테 따져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무언가를 아주
잘 먹는다는 것은 입이 짧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아이들의 레이더에 띈 수박은 결코 포위망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일단 집으로 한 녀석을 포박해오면 그때부터는 온전히 저의 역량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 번에 다 잘라서 밀폐용기에 넣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랩에 씌워둔 수박을 먹여서 탈이 나게 하느니 제가 다 썰어 용기에 넣는 것이 속이 편합니다.
그렇기때문에 더 힘이 든 것이겠지요.
일단 열심히 껍데기 부분을 서걱서걱 잘라냅니다. 거기에 아이들의 요구사항인 씨도 최대한 제거합니다. 이런 것까지 해주면 버릇이 나빠질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저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으니까 요정도는 이해해주기로 합니다.
깍둑썰기를 마치고 나서 용기에 다 넣고 나니 어깨도 기분은 좋습니다. 제가 잘 먹지도 않는 수박이지만 이걸로 며칠은 아이들 과일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싶으니까요. 반찬을 해서 쟁여놓는 기분과도 비슷합니다.
수박을 자주 썰다 보면 실력이 쌓여서 멋지게 자로 잰 듯한 작품이 나올 법도 하지만 크게 실력이 늘지는 않습니다. 일단 잘 먹는 데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예술성은 잠시 접어둡니다.
다양한 수박예술
다만 6~7kg짜리 수박에 1kg 정도는 나오는 수박껍질은 늘 버릴 때마다 고민스럽기는 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수박은 이렇게 가고 오늘 저녁에는 새로운 친구로 통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어제 또 부랴부랴 하나 낑낑대면서 사 왔거든요.
아이들은 신이 나지만 저는 걱정입니다.
수박과 저의 전쟁은 아마도 마트에서 수박이 판매되는 한 계속되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은 너로 정했다!! 우리집에 온 걸 환영해~
#귤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수박 #과일 #과채 #대표적여름과일 #봄에수박이나오면안되는거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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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수박고르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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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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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생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을 글로 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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