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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Nov 23. 2021

4-3. 네 인생은 너의 것이라는 것을 알려줄걸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AQ(Adversity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3 : 네 인생은 부모가 아닌 너의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줄걸(자립심)    


남에게 의지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새는 자신의 날개로 날고 있다. 따라서 사람도 스스로 자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      -조제프 에르네스트 르낭-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는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의 유력한 정치가였던 신릉군의 손님이 했던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일에는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고, 또 잊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이 공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공께서 다른 사람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셔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기대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녀를 낳고 키우는 것을 내가 베풀었다고 여기고 그에 대한 보답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아이의 성공을 마치 부모의 성공과 동일시하게 되면 그때부터 불행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올바른 인성과 습관 그리고 건강한 신체를 키워 삶을 온전히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인형처럼 부모가 원하는 이상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희생했다고 여기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면 아이와의 관계는 점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무기력한 아이로 만드는 가장 빠른 지름길, 학원  

 아이들이 1학년 때 양재동에서 꽤 이름난 영재학원에 잠시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생각은 어리석은 판단이었고 두 아이 모두 두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습니다. 황금 같은 토요일의 두세 시간을 포기해 가며 학원을 다녔지만 아이들은 전혀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항상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나오는 고3 수험생처럼 무기력하고 침울해 보였습니다. 원하지 않는 학원을 부모의 욕심으로 더 보내다가 아이를 망칠 것 같아서 중단하고 빠르게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가 능력이 있으면 빨리 뭐라도 시켜야 한다’, ‘지금 안 시키고 나중에 시키면 늦는다’, ‘다른 사람들은 못 시켜서 안달이라는데’ 등의 말을 주위에서 많이 하고 많이 듣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부류의 결정들이 대부분 아이의 의사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일방통행식 통보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간혹 아이를 좋은 학원에 보내기 위해 삐뚤어진 모정을 보이기도 합니다. 웩슬러 검사의 기준치를 통과한 아이들만 등록하는 학원에서 아이와 집에서 문제풀이 연습을 하고 왔음을 광고하던 엄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 웩슬러 검사는 선천적인 지능검사의 한 종류로 신뢰도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연습하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테스트를 마치고 온 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연습한 대로 잘 풀었어?’, ‘그 문제들은 엄마랑 연습 많이 했었잖아’라며 초조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 엄마의 모습은 이 학원에 다니기만 하면 아이 인생의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상당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교육은 아이가 정말로 원할 때 시켜야 효과가 좋다”라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부모들은 그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을 ‘그건 네가 특별한 경우라서 그런 거야’라며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입니다.

  학원을 끊은 저희 아이들은 더 값진 것을 얻었습니다. 주말에 아이들을 조금 더 재울 수 있었고 절약한 비용을 더 유익한 곳에 소비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 학원이든 아이와 미리 상의를 해서 결정하고 원하지 않으면 시키지 않습니다. 

 ‘엄마가 가라고 해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학원에 가는 이유를 묻자 나온 답입니다. 2016년 대구교육청이 주관해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 답변이 91.6%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스스로가 원해서라고 답한 비율은 2%도 되지 않는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다면 부모 스스로가 먼저 우리 아이가 학원이 필요한지를 냉정히 생각해보고 명쾌한 답이 나오면 아이와 함께 고민해봐야 합니다. ‘왜 학원에 다녀야 하는지’, ‘학원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누구를 위해서 공부를 하며 학원을 다니는지’에 대해 말입니다. 



너는 도대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니?

 한국 직업능력개발원에서는 2018년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학습 동기와 학습전략, 학업 성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1만 5백여 명의 학습 동기를 설문 조사하고 분석했는데 결과는 안타까웠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32.1%) 또는 부모나 선생님이 공부하라고 시켜서(20.3%)라고 답변한 비율이 높았습니다. 같은 질문을 초등학생에게 한다면 아마도 이 수치보다는 훨씬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요? 왜 밥을 먹어야 할까요? 아이들의 이런 질문에는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왜 공부를 해야 하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좋은 성적을 거둬야 좋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좋은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대학입시에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삶의 지상과제가 된 아이들도 많습니다. 좋은 대학의 졸업장이 좋은 직업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막연히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 서울대 졸업생의 취업 비율은 종합대학 중에서도 5위(70.1%) 밖에 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는 좋은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라든지 아빠 엄마를 위해 공부를 한다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주며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틈나는 대로 이렇게 알려줍니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이 공부가 필요 없는 거라면 안 해도 된다. 그렇지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그걸 찾기 전까지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나중에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공부가 장애가 되지 않을 거야.”

프로 스포츠 선수, 프로 게이머도 공부를 해야 하고 유튜버도 공부해야 합니다. 세상에 공부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작은 것부터 배움을 통한 즐거움이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해주면 좋습니다. 문제 하나를 풀어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공부에 노력을 쏟도록 격려해준다면 아이는 부모가 아닌 자신을 위해 도전할 힘을 얻게 됩니다. 배움의 기쁨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부모만 가능한 역할입니다. 




나 자신이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

 GOD의 데뷔곡인 ‘어머님께’에서는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아이는 왜 어머니가 자장면을 안 드시는지 깨닫지 못하다가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어서야 깨닫습니다. 부모는 자신을 위해 써도 부족할 시간과 비용을 아이에게 할애합니다. 그래서 어른이 아닌 부모가 위대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아이를 위해 부모의 삶을 희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위해 부모, 특히 엄마가 경력을 포기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아름답고 존경받을 일이지만 지나치게 아이에게만 모든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아이의 성공이나 실패를 자신의 성공과 실패로 동일시하며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이를 위해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면서 엄마로서의 삶만 산다면 우울감을 느끼게 될뿐더러 아이의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아이에게 하는 만큼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어린이집 친구였던 영찬이네 부모는 그런 점에서 현명하게 행동합니다. 두 사람은 한 달에 한 번씩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두 아이를 온전히 아빠나 엄마가 혼자서 돌보면 배우자는 충분한 자유시간을 통해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아빠의 날’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이도 사랑하기 힘듭니다. 아이의 미래뿐 아니라 부모 자신의 삶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취미활동이든 그동안 아이 때문에 미뤄둔 것이 있으면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며 사이버대학의 복수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쉬운 길이 아니었지만 자신을 위해서 삶을 산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아이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부모의 인생도 중요하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반드시 알려주어야 아이도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조언은 해주되 지나치게 아이의 삶에 개입하지는 마세요

 보통 부모는 아이보다 오래 살았기에 자신의 생각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시행착오를 아이가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도 않기에 아이의 주장이 못마땅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개입은 결국 아이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부모의 인형처럼 만드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적절한 조언과 응원으로 아이를 차츰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아이는 스스로 날개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펼쳐 자신이 진짜 원하는 곳을 찾아 날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판단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아이를 아이 인생의 주인공으로 인정해주면 됩니다. 사춘기 때 부모들이 제일 견디기 힘든 말이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합니다.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며 어렵게 키워낸 자식이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는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선배 부모들은 자식은 뜻대로 되지 않음을 빨리 깨달을수록 좋다고 말합니다. 

  체로키 인디언 부족에게는 이들에게는 독특한 성인식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의 눈을 가린 채 숲 속에서 혼자 하룻밤을 보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규칙은 단 하나, 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눈가리개를 벗지 못합니다. 아이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혼자서 엄청난 두려움과 외로움을 스스로 이겨내야 합니다.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을 하룻밤을 온전히 이겨내면 비로소 눈가리개를 벗습니다. 그때 아이의 눈앞에 처음 보이는 것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과 하나의 실루엣이라고 합니다. 그 실루엣은 다름 아닌 먼발치에서 자신을 밤새 묵묵히 지켜봐 주던 아버지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속상하고 조금만 도와준다는 명목 하에 아이가 스스로 해내고 극복해야 할 일을 부모가 대신해주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빼앗고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 걸으며 다리 근육을 키워나갈 기회를 뺏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부모는 체로키 부족의 아버지같이 아이를 믿고 지켜봐 주며 길을 잃었을 때 조언을 해주는 역할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탈무드에는 ‘자녀에게 고기를 잡아주면 한 끼밖에 못 먹지만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는 고기를 잡는 방법만 안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고기 잡는 방법은 아이가 고기를 잡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부모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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