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장점이 참 많습니다. 빙수, 자두, 포도, 수박도 먹을 수 있고 옷차림은 한결 가벼워지며 낮도 길어져서 활동시간이 많아진다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계절에 비해서 여름이 주는 몇 가지의 치명적인 단점들도 있습니다.
일단 모기와의 사투가 일어납니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소음과의 전쟁이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무더운 여름은 수시로 열대야를 부릅니다. 항상 에어컨을 켜놓고 잘 수 없기에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경우도 자주 생깁니다. 그 열린 공간을 통해서 별의별 소리가 들어오는 것이죠.
낮에도 물론 이런 소리들이 많지만 유독 밤에는 더 크게 들립니다. 물론 밤이 더 조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실제 원인은 공기의 밀도 차이 때문입니다.
소리는 보통 공기의 온도가 높고 밀도가 낮은 곳에서 더 빠르게 전파됩니다. 이때 속도와 공기 밀도에 따라서 소리의 굴절 정도가 달라집니다.
즉, 속도가 빠른 물질에서 늦은 물질로, 또 밀도가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굴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밤에는 지표면 쪽의 공기 밀도가 공기 중보다 더 크기 때문에 퍼져나가던 소리가 지표면 쪽으로 굴절돼 같은 소리도 유난히 더 크게 들리는 것이고요. 낮에는 그와 반대로 소리가 높은 상공으로 굴절되어 퍼집니다.
출처 : KS서울날씨청X 블로그
이렇게 밤에 더 잘 들리는 소음은 예민한 귀와 만나서 숙면을 취하는 데 여러모로 어려움을 줍니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의 종류는 크게 인간음, 기계음, 자연음 세 부류로 나뉩니다.
자정이 무렵까지는 인간음이 소음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인간이 내는 소리는 다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바로 너무 즐겁거나 또는 싸우면서 내는 큰 소리입니다. 요즘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로 일상의 회복이 진행되면서 즐거운 술자리가 끝나는 시간도 늦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거나하게 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8:2의 비율)들이 자주 영역표시를 하듯 괴성을 지르거나 크게 웃거나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눕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제가 사는 아파트 근처의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30분 동안 떠들던 20~30대 정도의 5~6명의 남자들을 신고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경찰에게 신고한 뒤 다음 날 알아보니 생일파티 중이었다고 하더군요. 자정에 생일파티를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서 하는 젊은이들의 공중도덕이란 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죠.
그리고 밖에서 다투면서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 생기면 그 소음도 고스란히 창문을 타고 들어옵니다. 늦은 시간이 아니라면 강 건너 불구경처럼 재미있게 구경이라도 하겠지만 밤늦은 시간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그 모습은 꼴사납기만 할 뿐입니다.
소중했던 일상을 온전하게 회복한 지 몇 주도되지 않았지만 이런 일들을 보면 강력한 거리두기가 그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정쯤이 돼서 사람들의 소리가 잦아들면 새로운 불청객들이 찾아옵니다. 바로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인한 기계음입니다. 비상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리는 자동차가 있기도 하고 오밤중에 생각 없이 경적을 '빵~~~~' 하고 울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그리 잦지 않습니다. 가장 큰 비율은 바로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내고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의 소음입니다.
이해를 해야 한다 싶다가도 계속 그런 굉음에 의해 수면을 방해받는 경험이 쌓이면 오토바이에 대해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꾹꾹 참으면서 살았는데 알고 보니 자주 소음피해를 입는 경우에는 지자체를 통해서 신고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을 하는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모양입니다. 역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은 배워야 합니다. 어떻게 신고할 수 있을지 미리 방법을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출처 : 취재대행소 왱
마지막으로 내는 소음은 새벽 5시부터 내는 창밖의 새들이 내는 지저귐 소리와 매미 소리입니다. 새를 좋아하는 아이들마저 참지 못하고 중간에 깨서 창문을 닫아달라고 할 정도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특히 제가 사는 아파트의 바로 앞은 나무들이 수십 그루가 심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새 둥지도 하나가 있죠. 최소 3~5종의 새들이 날아와서 지저귀면 새벽 5시에 일어날 계획이 없는 사람에게는 고통스러운 알람이 따로 없죠. 매미 역시 창문의 방충망에 달라붙기라도 하면 확성기를 틀어놓은 것과 다름없이 느껴집니다.
출처 : 동아일보
여름밤을 수놓은 환장의 소음 3종 세트는 언제쯤이면 제 귀와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게 될까요? 나이가 들면서 삶의 지혜가 생긴다던데 이 고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솔로몬의 지혜가 떠오르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