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과의 전쟁
프로운동선수도 전국민이 아는 공인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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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8. 2022
저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스포츠 마니아입니다. 다만 스포츠를 실시간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일단 시간에 대한 문제도 있고 특정한 한 팀을 편애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스포츠 중계를 보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시간을 내서 실시간으로 보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바로 프로야구 경기에서 일어난 볼썽사나운 퇴장 사건 때문입니다. 프로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상대팀과의 다툼뿐 아니라 심판의 판정이 경기 흐름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에 심판과의 언쟁도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서 퇴장도 제일 많이 일어나는 종목입니다. 투수가 상대방의 머리 쪽으로 공을 던져도 퇴장, 심판에게 거친 언행을 했을 때도 퇴장, 상대방 선수와 싸우더라도 퇴장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합니다. 한 프로야구 선수가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삼진을 당한 뒤 방망이를 던지고 심판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내뱉은 뒤 헬멧을 집어던지고 퇴장을 당합니다.
그 모습은 고스란히 전국 각지의 tv를 통해서 전파를 탔고 그 선수는 실력이 아닌 인성 논란으로 전국적인 화제의 인물이 되었죠. 이 사건은 이미 수백 건의 뉴스와 영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https://sports.daum.net/video/429653769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이라면 먼저 내게 거칠게 접근하는 사람에게 화를 참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으면 물론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대처가 오히려 상대방과의 말다툼에서 기선 제압될 수가 있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저 역시 민원인을 상대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공격적인 말투로 대화를 해오는 분께 응대를 하다 보면 화를 참기 어려운 상황들이 생깁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에게나 먼저 느닷없이 공격적으로 상대방을 대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황당한 대목이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심판의 판정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대세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자신의 분노의 원인은 심판이 아닌 자기 자신의 부진한 성적 때문으로 보였고 그런 이유로 팬들은 그 선수에게 큰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이런 선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력도 인성도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있기는 합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가 이 영상을 접하게 되었고 아이들과도 함께 다시 이 영상을 보았습니다. 대략적인 룰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죠. 아이들도 놀라고 황당해하는 눈치입니다. 만약에 녹화된 영상이 아닌 실시간으로 그런 모습을 본다면 어른인 저도 당황스러워서 올바른 지도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는 일본 출신 메이저리그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의 대처방법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놀랍기까지 합니다. 보통의 선수들처럼 얼굴을 붉힌 채 정색하며 거칠게 항의하지 않고 심판에게 다가가 웃으면서 판정에 대한 질문을 하는 모습은 이번 사건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사례로 기사에까지 올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