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들에게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길을 뚫고 등교를 하는 도중에 2호의 우산 위로 뭐가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이죠. 놀랍게도 그것은 직박구리의 새끼였습니다.
직박구리(출처 : 위키피아)
아무래도 바로 위의 나무에 있는 둥지에서 어떤 이유로 떨어졌던것이죠. 아이들은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했던 모양입니다. 일단 아시다시피 1호는 새에 대해서 굉장히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떨어진 새끼를 보고 직박구리라는 것을 알 정도였으니까요. 아이들은 일단 새를 만지지도 않았습니다. 새에게 우리가 가진 세균이 옮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과 새의 평균 체온(41도)이 인간보다 높기 때문에 새끼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직박구리 새끼의 어미새로 보이는 좀 더 큰 새가 주위를 돌며 구슬프게 지저귀고 있었다고 하는군요. 어른을 불러보려 했지만 등교시간은 다들 바빠 보였고 근처에 마땅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결국 아이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등교를 했습니다.
하교하는 길에 다시 그곳을 들렀을 때는 새끼 새의 흔적은 없었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무사히 구출되었기를 간절히 바라며 제게 무거운 어조로 그때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위로해주고 제가 그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잠시 놀라고 고민을 했겠지만 그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은 관리사무소 측에 전화를 해서 알리는 정도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였더라도 스스로가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아이보다 새에 대한 지식도 더 없으니까요.
아이들은 저녁 내내 그때의 상황이 마음 쓰였나 봅니다. 어려움에 처한 새끼 새를 모른 척하고 지나가서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았나 하고 말이죠. 어미새가 계속 울어서 새끼가 구출되지 않았을까 기대하기도 했죠. 2호는 일기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그때의 일을 기록해두었습니다.
오늘의 일을 보면서 저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생각났습니다. 자신에게 특별한 부담이나 피해가 오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보고도 구조하지 않는 경우에 처벌하는 법입니다. 그와 더불어 위급한 사람을 돕다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도 정상참작이나 면책을 해주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로 제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어제의 일은 새가 주체였기에 이 법과 연관시키기에는 좀 경우가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을 도울 기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보람이며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인지도 알게 되는 것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