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친구가 칭찬을 해줬는데 고맙다는 말도 안 하고 넘어가면 그 친구는 얼마나 무안했겠어?"
"제가 보기에는 그 친구는 별로 신경 안 쓰는 거 같던데요?"
"아냐, 아빠는 그런 행동이 습관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내일이라도 늦었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물론 이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재잘재잘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던 2호는 생각지도 않게 이렇게 제게 혼이 났습니다. 아이도 아마 당황했을 듯합니다. 그림을 잘 그렸다고 아빠가 칭찬해줄 거라 생각했을 텐데 난데없이 혼이 났으니 말이죠. 친구가 어렵게 칭찬을 해줬는데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은 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도 하고 필요한 말은 하지만 조용하게 수업을 들으며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담임 선생님께 많이 듣습니다. 집에서 보여주는 행동과는 좀 많이 다르죠.
그래도 친구들과도 많이 소통했으면 하는 마음에 한때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가 뜸했던 시절에는 학교에 갔을 때 '친구 하루 한 번 칭찬하고 오기'를 미션으로 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겼으니 제 입장에서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죠. 칭찬을 해줬다는 이야기도 아닌 칭찬을 들었는데 제대로 답을 못했다니 말입니다. 결국 저는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고 다음 날 그 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로 다짐을 받았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해서 저는 아이가 자려고 누워있을 때 옆에서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죠. 잔소리를 계속하는 것 같아서 저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냥 이번에는 넘어갈까? 하는 유혹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꾹 참고 아이와 이야기를 잘 마무리한 뒤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출근하고 오후 시간에 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저 오늘 ㅇㅇ이에게 어제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맙다고도 말했어요."
"그래? 정말 잘했어. 기특하다 우리 아들! ㅇㅇ이가 뭐래?"
"그런데 걔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지 생각을 좀 하다가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네가 나중에라도 그렇게 말해준 걸 ㅇㅇ이는 오랫동안 기억할 거야. 진짜 최고다 우리 아들 진짜 멋있네."
저희 집 현관 앞에는 아이들이 지켜야 할 약속에 대해 적어놓은 것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인사, 감사, 사과를 잘 하자"이죠. 태어날 때부터 붙임성이 좋은 아이들은 부모가 따로 가르치고 알려주지 않아도 이런 표현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금세 습득해서 체화시킵니다. 하지만 기질에서 내향형이 강하다면 쉽지 않을 수 있죠.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런 말을 잘못한다고 내버려 둔다면 아이는 점점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게 될 것입니다.
결국은 소통이 어려운 예의 없는 아이로 오해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행동들이 쌓이게 되면 결국 그 아이의 평판, 성격, 이미지로 굳어지게 될 테니 결코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부분들보다 더 많이 이런 말로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시도 때도 없이 세뇌하듯 알려주고 있죠.
하도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도 지겨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독서에 대한 중요성처럼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을 가벼이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자주 얘기하기에 아이들도 받아들여주는 눈치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주워 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 같은 어른조차도 쉽지 않죠. 하지만 다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주워 담은 2호에게 칭찬하는 마음과 부모로서 고마움을 가득 담아 이 글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