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햇수로 6년 간 회사 홍보실에서 주관하는 사내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본연의 업무와는 다른 별개의 일이었죠.
적어도 몇 년에 걸쳐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꾸준하게 기사를 써왔으니 사내 기자 중에서는 제일 실적이 좋았습니다. 사내 기자 세 명에게만 주는 우수활동상도 받았으니까요.
아마도 그때의 활동으로 인해 제 글쓰기 능력은 비약적으로 늘었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요). 기사라는 글의 특징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여러 모로 신경 쓸 부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내 기자는 참고로 최우수상이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얼마 전부터 사내 기자 제도가 없어지는 바람에 저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기자 활동은 제 글쓰기 인생에서 큰 경험이었고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올해 초에 학부모용 어플을 통해서 알림 메시지가 온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사이트인 《내친구서울》에서 2022년도 어린이 기자단을 모집한다는 것을 말이죠.
어린이 기자단이라고 하면 다양한 단체나 기관에서 운영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자유주제로 쓸 수 있는 기자단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관심이 갔습니다.
일단 기자단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내친구서울》에서 사전에 지정해준 주제로 글을 써야 합니다. 솔직히 제게는 글의 내용보다 아이들에게 기사를 왜 써야 하는 지를 설득하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앞으로 중, 고등학교에서는 글 쓰는 숙제가 대부분이다"
"글 잘 쓰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더 똑똑해져서 공부에 도움이 된다"
그걸로도 모자라 제가 평소에 경계하는 외적 보상까지 들어갑니다.
"글을 쓰면 특별한 어드밴티지를 주겠다"
결국 저의 삼고초려에 가까운 간곡한 부탁을 아이들은 들어주었습니다. 각자 한편씩 글을 만들어냈고 아직 글쓰기에 익숙치 않은 아이들이었기에 퇴고 작업은 제가 도와주었습니다. 다만 수정사항이 생기면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서 말로 알려주고 그걸 아이들이 직접 수정하게 함으로 최대한 제 개입을 줄이는 데 애를 썼습니다.
원고를 제출하고 겸허히 결과를 기다리던 차에 공지가 떴습니다. 다행히도 아이 둘 다 선정이 되었습니다.
어린이기자 리스트를 보니 육백 명이 조금 넘습니다. 일단은 글에 큰 결격사유가 없다면 활동을 해볼 기회를 주는 듯했습니다. 공들인 것에 비해서 살짝 아쉽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기자는 뭐 되고 나면 땡인가요? 임명되는 것이 다가 아니라 활동도 해야죠. 다시 설득에 들어갑니다.
"얘들아, 하나만 써보자."
"지금은 바쁘니 안 바쁠 때 쓰면 안 돼요?"
이번에는 마냥 채근하듯 권하긴 어려워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1호가 먼저 물어옵니다.
"아빠, 어린이 기자단 기사는 아무 주제나 써도 돼요?"
이 기회를 놓칠 정도로 저는 어리숙하지 않습니다. 혼자 신을 내며 격려하는 말과 행동으로 꾸준히 쏟아부어 아이를 키보드까지 이끌어갑니다. 결국 1호는 자신이 좋아하는 새에 대한 기사를 쓰기로 했고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2호도 "저도 써볼래요"라고 합니다. 고민 끝에 2호의 주제는 과자의 포장에 대한 내용으로 정하게 되었죠.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1호의 집필 작업
2호의 집필 작업
아이들의 글은 첫 시도였기 때문에 손볼 곳이 많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저를 글 쓰는 문제로 찾으면 화장실에 앉아있다가도 뛰어가고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가서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앉히기까지의 고생이 허사가 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적기 시작해 닷새 정도의 시간을 들인 끝에 아이들의 기사는 완성되었습니다. 사진의 출처를 찾고 업로드를 하는 과정도 생각처럼 순탄치 않았지만 결국은 해내고 말았네요. 아이들도 고생 끝에 마무리를 하고 나니 자신의 결과물에 만족스러워합니다.
아이들도 자신들의 글이 인터넷에서 검색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신기해하고 기뻐하네요. 어른들을 비롯해 주위 지인들도 칭찬을 많이 해줘서 첫 단추는 순조롭게 잘 꿰었습니다.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이번 일은 또 다른 기쁨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