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학교 알리미로 메시지가 하나 왔습니다. 성동광진 교육지원청 산하 영재교육원에서 다음 학년에 교육을 받을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내용이었죠.
예전에 2호가 3학년 때 시험에 합격을 해서 4학년 수과학 통합분야 과정을 수료한 적이 있었습니다. 딱 한 번의 시험이다 보니 운도 따랐고 그때 다녔던 학원에서 받은 맞춤 수업의 효과도 아마 있었을 겁니다.
어찌 되었든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아이를 깨워서 데리고 가야 했던 3개월이 넘는 과정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후유증은 있었습니다. 주말 활동을 여유롭게 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로 인해 되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공부 정서가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 작년 이 맘 때쯤 공지가 또 떴습니다. 5학년 과정 시험을 신청해서 치렀습니다. 그때는 1호가 과학 분야에 지원하고 2호는 수학 분야에 지원했지만 합격의 기쁨을 맛보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아이들에게 이 시험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채근을 하거나 사교육을 시키지 않은 점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혹시 문제에 특화된 지적능력을 지녔다면 결과가 달랐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또 한 해가 지났고 이번 10월에 교육지원청에서 영재교육원 학생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이번 역시 큰 기대는 갖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한다는 차원에서 한 번만 시험 정도는 봤으면 하는 마음에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신청에 대해 알려주었고 전혀 부담을 주지 않았죠.
이미 한 번 경험을 해본바 이 과정이 엄청나게 차별화된 교육을 시키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교육을 받았다는 경력 자체는 나중에 자신의 학창 시절을 빛낼 수 있는 이력 정도는 될 수 있었겠지만요.
그런데 신청서를 낸 뒤 며칠 뒤 담임선생님께 전화로 연락이 왔습니다. 말씀해주신 내용인즉슨 이번에 아이들이 지원한 6학년 수학과정은 5학년 수학 영재교육을 수료한 학생들에게만 지원자격이 주어지는 연계과정이어서 저희 아이들은 신청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전해 듣고 저는 교육지원청 담당자와 통화까지 한 뒤에 지원 취소를 해야만 했습니다.
부아가 나긴 했지만 제대로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던 제 잘못이 제일 컸습니다. 그 덕분에 망신을 톡톡히 당한 셈이었죠. 결국 지원한 것은 자동으로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엄청나게 좋아하더군요. 욘석들이 아빠의 쓰린 속도 모르고 말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인생의 지론입니다. 물론 그 도전을 위한 최소한의 역량이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이죠.
지난번 저를 분노하게 만든 방송반 사건도 역시 좀 허무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지원조차도 않으려던 아이들을 설득시켜서 신청서만이라도 써보라고 하면서 아이들의 지원서 작성에 대해서 코치를 해주었죠.
아이들의 이력서에는
순발력과 손재주가 좋으며
기억력도 준수한 편이고
어린이기자단으로 활동도 하고 있을뿐더러
글쓰기도 매일 하고 있고
사람들 앞에서 말도 곧잘하는 편이며
회장 활동을 하며 봉사활동과 리더십을 배웠다는
장점들을 토론을 통해 도출한 뒤에 열심히 적게끔 한 뒤 제출했죠.
이 정도면 서류는 통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서류전형에서도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방송반은 각 반에서 최소 다섯 명씩, 전체로 따지면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서류전형에서 열 명만 추린 뒤 면접을 봐서 다섯 명만 뽑는 과정이었죠. 안타깝게도 둥이들보다 훌륭한 친구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아이들도 저도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일단 도전을 했다는 것에 만족을 하자고 칭찬을 해줬습니다.
영재원 지원도 헛발질이었고 방송반 지원까지 광속탈락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두 번이나 실패 경험을 하긴 했지만 저도 아이들도 이런 경험으로 많은 것을 배우며 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줘야 나중에는 부모의 개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서 도전할 수 있을 텐데 제가 그때까지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줄 요약 : 자식을 내 맘대로 해서는 안 되지만 자식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게 하는 것도 옳은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