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은 임신 8개월 차에 조산으로 태어났습니다. 새벽 6시에 양수가 터지던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직 곤히 잠들어 있던 제게 갑자기 아내가 "양수 터진 것 같아!"라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외쳤고 저는 그 어떤 스프링의 탄성보다 강하게 허리를 튕기면서 침대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태어난 두 아이들을 처음 바라보면서 부모 입장에서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였습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아이들이 자라면서 하나씩 하나씩 기대치가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일단
ㅇ 잘 먹고 잘 자서 건강한 건 기본이고
ㅇ 공부는 일단 기본 이상은 해야지...
ㅇ 글도 잘 쓰고 영어 발음도 좋고 수학도 잘 풀고...
ㅇ 사회성도 좋아서 친구들도 잘 사귀면 좋겠는데...
ㅇ 키나 덩치는 아무래도 평균 이상이면 좋겠고...
ㅇ 아무래도 운동도 잘하면 인기도 많고 건강에도 더 좋겠지?
ㅇ 악기도 하나 정도는 하고 미술도 어느 정도 하면 좋은데...
ㅇ 싹싹하고 효도하는 자식이면 더 좋지...
쓰다 보니까 저도 숨이 찹니다. 물론 각 가정에 따라 기대하거나 바라는 점들이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나열한 부분들에 대해서 나는 절대 아이들에게 이런 걸 원하거나 바란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모님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자유롭지 못하죠.
최근에 친한 형의 6학년 아들이 놀이터에서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실수로 넘어진 뒤 어깨뼈가 골절이 된 것입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부서진 모습이 확연하게 보여서 제가 다 아프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친한 사이인지라 저는 그 형과 통화를 했습니다. 아이의 안부를 물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당분간은 아무것도 못 시키겠다고 한탄도 합니다.
그런 중에 마지막에 들은 말이 와닿았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한 것이 최고다!"라고 말이죠.
고학년이 되니까 점점 더 아이들이 안쓰럽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제가 시간이 있어서 아이들과 놀아주려 해도 아이들이 마쳐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보니 시간을 평일에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죠.
아침에 일어나서 옷을 입고 숙제부터 하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마음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일단 아직은 아이들이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시키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 때는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놀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제가 나쁜 부모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그런 와중이지만 오늘도 무사히 그리고 건강히 하루를 마쳐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저녁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처음 보았을 때의 초심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언젠가 그때의 초심을 또 잃으려고 할 때면오늘 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겠죠.
한 줄 요약 : 초심은 늘 잊는다. 그 초심을 잊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는 것으로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