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밥 먹여주남?

잘하면 밥을 먹여줄 수도 있겠다!

by 페르세우스



아내가 어제 저녁에 제게 진지하게 질문을 했습니다.

아내 : 내일 우리나라 월드컵 경기 다 함께 보면 안 될까?

나 : 왜?

아내 : 다른 아이들도 관심이 많은데 둥이들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될까봐 걱정되어서

나 : 축구를 안 본다고 소외될 수가 있나? 그러면 아이들은 스마트폰도 없고 게임도 안 하니 진작 왕따 되었게?



뭔가 이상한 대화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아내가 이렇게 말을 한 이유는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스포츠를 생방송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통 스포츠에 대해 관심이 깊은 반면 모든 정보는 뉴스나 하이라이트로 수집합니다. 정말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생방송으로 경기를 보면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두 번째는 저는 아이들을 무조건 11시 이전에는 재우기 때문이었습니다. 생활습관에 한해서는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싫어하기에 밤 열 시부터 시작하는 우리나라 축구를 본다면 아이들은 12시 반이 넘어서 잠이 들 것이 뻔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일 하루를 건강하게 보내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예정된 대한민국의 월드컵 경기를 굳이 봐야겠다는 생각이 없었고 아내는 그런 제 성향을 알고 있었기에 미리 그렇게 물음으로써 선수를 친 것이죠. 그 질문을 받고 저는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뜨끔했습니다.




월드컵을 생방송으로 보질 않을 뿐이지 소식은 부지런히 뉴스로 계속 접하고 있었고 가족들과도 대화를 나누던 터라 월드컵의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일단 이틀 전부터 엄청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조별 예선전에서였는데요.

네이버의 경기 승부 예측에서 보듯 사우디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단 1%도 되지 않았습니다.


월드컵 출전국 32개국 중에서도 거의 꼴찌 수준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후보 중 한 팀인 아르헨티나를 이긴 것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언더독이 일으킨 반란의 여운은 하루 만에 새로운 이변으로 뒤덮였습니다. 바로 유럽에서 가장 강한 나라이자 또 하나의 우승후보인 독일이 일본에게 역전패를 당한 것이죠.




이 두 경기 모두

약체로 평가된 아시아팀이

무조건 질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고

우승후보를 상대로

2 : 1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아침부터 아내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월드컵 이야기로 시끌시끌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동안 월드컵에서 승점 자판기 역할을 해온 아시아의 약체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해서 우리나라까지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낙관론자는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 때문에 제가 갑자기 우리나라의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이유는 없었던 것이죠.




아내가 월드컵을 보자고 물은 뒤 답을 하지 않던 저는 조금 뒤 다시 반문합니다.


"경기를 보는 건 크게 상관이 없기는 한데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이기면 기분이 좋은 거 말고 크게 좋은 점이 있나?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아내가 갑자기 뜬금없는 대답을 합니다.











"은행 적금 우대금리가 있잖아"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했더니 시중 은행 중에서 우리나라의 월드컵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해주는 적금 상품이 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아내 말에 틀린 부분이 없어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희 집도 우대금리를 기원하기 위해 축구를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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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탄탄한 논리보다 유머가 더 강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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