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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청소기에 들어간 날
by
페르세우스
Nov 27. 2022
며칠 전에 바닥에 있는 먼지를 치우기 위해 아내가 청소기를 돌릴 때 일이었습니다. 다른 일을 하던 제가 보니 바닥에 먼지가 훤히 보이는데 청소기가 빨아들이고 있지를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어? 이게 왜 이렇게 안 돌아가지?"
"배터리가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아냐, 배터리는 풀로 충전되어 있던데?"
"배터리가 오래되면 닳으니까 벌써 수명이 다 한 거 아냐?"
"그런가? 벌써 새로 살 때가 된 건가?"
"그런데 안에 시커먼 건 뭐야?"
그렇습니다. 알고 보니 제 면 마스크가 청소기 먼지함 안에 들어있던 것이었죠.
아마도 청소기를 무심코 돌리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이 빨려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평소의 영민함(?)과는 거리가 먼 부부의 덤 앤 더머 대화였습니다.
가끔 우리는 일의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을 때가 있습니다.
보
통 단순한 착각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문제의 진짜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진실을 마주하고 뚫고 나갈 의지나 용기가 모자라서 외면할 때도 있습니다.
요즘 제게도 소소한 문제가 있습니다.
글쓰기를 비롯해 만사가 귀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디 저는 일종의 징크스처럼 쌀쌀해지는 겨울이 오면 매년 빠지지 않고 무기력증이 한 달 내외로 찾아오곤 했습니다.
굳이 그 이유를 꼽자면 몇 가지가 있습니다.
ㅇ 연말에 찾아오는 허무함도 있을 테고
ㅇ 추위도 매우 싫어하며
ㅇ 활동량이 적어지는 데다
ㅇ 비염과 아토피도 애를 먹이고
ㅇ 가장 큰 이유는 생각보다 컨디션이 일조량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 동안은 바쁘게 살아서인지 이런 무기력증이 조금 비껴가는 듯했지만 올해 다시 만나러 왔네요.
그런데 이번 무기력증은 아까 언급된 이유와는 달리 또 다른 특별한 몇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사
실 그 이유들이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죠. 어찌 보면 명확한 이유가 있음에도 그동안 그걸 직시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계속 무기력해져 있을 수는 없으니 원인을 올바로 보고 극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일기도 필사도 며칠째 밀려있고 운동도 귀찮아서 하루 거르고 어제는 보던 책을 두 권이나 완독 했지만 딱히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글 쓰는 걸 걱정하는 것을 보니 아직은 크게 걱정할 만큼은 아닌 모양입니다. 계속 어떻게든 애를 쓰다 보면 출구도 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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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생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을 글로 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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